[O2/우리 몸과 운동 이야기]사우나서 흘리는 땀은 ‘말짱 도루묵’… 운동하며 땀 흘리는 게 진짜 ‘보약’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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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위 적응과 땀

턱 밑에 맺힌 땀방울이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이 더위에 적응할수록 땀의 ‘맛’도, 땀을 흘리는 방법도 달라진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턱 밑에 맺힌 땀방울이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이 더위에 적응할수록 땀의 ‘맛’도, 땀을 흘리는 방법도 달라진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손에 들린 아이스커피에서 어느덧 성큼 다가온 여름이 느껴진다. 날씨가 조금 더워졌다 싶으니 너도나도 찬 커피를 찾는 듯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즐기던 따끈한 커피의 온기를 잊고서 말이다.

우리는 평소에 잘 느끼지 못하지만 환경에 대한 인간의 적응 능력은 대단하다 못해 경이로운 수준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더위에 대한 적응력. 인간에게 털이 없는 이유도 더위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정도다. 털이 있으면 더위로 발생하는 열을 입을 통해서만 발산해야 한다. 더운 날씨에 뜀박질을 하고 난 후 헐떡거리는 개를 떠올려 보라.

그렇다면 인위적으로 우리 몸이 더위에 더 잘 적응하도록 만들 수도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지금부터 그 방법을 살펴보도록 하자.

○ 더위 적응 前과 後

더위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행위적인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생리적인 것이다. 행위적 반응은 시원한 곳을 찾거나 옷을 벗어던지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잠을 자다 더우면 발로 이불을 걷어차는 것도 여기에 속한다. 생리적 반응은 보다 정교하고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가 바로 땀이다.

흥미로운 것은 몸이 더위에 적응하면 생리적 반응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땀이 일찍 나기 시작한다. 더위에 적응하기 전엔 체온이 38도까지 올라야 땀이 나기 시작했다면, 적응한 후에는 체온이 37.5도만 되어도 땀이 난다는 말이다. 이것은 땀을 일찍 방출함으로써 체온을 보다 효과적, 효율적으로 낮추려는 신체의 반응이다. 높은 체온에서 땀을 흘리기 시작할수록 열을 식히는 데 들어가는 인체의 ‘비용’이 커져 그만큼 효율성이 떨어진다.

또 땀은 인체가 더위에 적응할수록 피부 전체에서 골고루 난다. 적응되기 전에는 주로 이마, 목, 등, 가슴, 겨드랑이, 허벅지 등에서 땀이 배출된다. 이 또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인체의 반응이다. 땀이 증발하는 표면적이 넓어지면 당연히 몸의 냉각 기능 즉, 체온 조절의 효율성도 높아진다.

땀이 천천히, 오랫동안 배출되는 것도 더위 적응 이후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비 오듯 한꺼번에 흘러나오는 땀은 한 번에, 또는 짧은 시간 안에 증발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모든 땀방울이 다 체온을 식히는 데 사용되지는 않는다. 그냥 땅바닥에 떨어지는 땀방울은 열역학적 측면에서는 ‘낭비’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땀방울이 천천히 오래 방출될수록 가능한 한 모든 땀이 증발되며, 체온 저하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땀의 성분이 변한다는 것도 흥미롭다. 더위에 적응하기 전에 흘리는 땀은 그 농도가 짙다. 쉽게 말해 염분이 높아 많이 짜다. 그러나 더위에 적응한 뒤에는 땀이 덜 짜진다. 이는 땀을 통해 전해질이 빠져나가는 정도를 낮춰주는 동시에, 몸에 남아 있는 수분의 전해질 농도를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 준다.

○ 심혈관계의 고통을 덜어주는 더위 적응

더위 적응이 땀과 관련한 사항들만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적응 현상이 있다. 바로 몸 안의 수분량이 많아지는 것이다. 더위에 적응한 운동선수의 경우 보통 사람들에 비해 훨씬 많은 수분을 몸에 지니게 된다. 전체적인 체수분량이 많아지면 땀으로 배출할 수 있는 수분 여유가 많아지며, 그만큼 땀을 흘려 체온을 조절하는 것도 쉬워진다. 그리고 체수분이 많아지면 무엇보다도 심장과 혈관에 무리가 덜 간다. 수분량이 많아지는 것은 혈액량이 느는 것과 같다. 더위에 적응된 사람들이나 운동선수들은 같은 운동을 해도 낮은 심박수를 유지하게 된다.

따라서 더위 적응은 보통 사람이나 운동선수 모두에게 상당한 이득을 선사한다. 전해질 부족으로 인한 탈진 가능성이 낮아지고, 체온 유지 능력이 향상되며, 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심혈관계의 고통이 적어진다. 이런 점에서 특히 운동선수에게 더위 적응은 기량 향상뿐만 아니라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도 아주 중요하게 여겨진다. 더운 지역에서 경기가 있을 경우 운동선수들은 하루에 2∼3시간의 더위 적응 훈련을 약 2주간 실시한다. 이것이 더위 적응의 최소 기간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더위 적응이 단지 더위에 자주 노출된다고 해서 가능한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이다. 더운 환경에서 운동하는 경우에만 앞서 설명한 생리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가끔 “사우나 안에서 더위 적응을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언뜻 보면 효과가 있을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턱도 없는 말씀이다. 사우나에선 일방적으로 외부에서 열을 가해 체온을 올린다. 반면 운동을 동반한 더위 노출은 체내에서 열이 만들어지고, 그 열이 다시 외부로 배출되는 과정을 수반한다. 따라서 사우나에서 흘리는 땀과 운동을 해서 흘리는 땀은 배출 과정은 물론이고 성분까지도 다를 수밖에 없다. 사우나에서 흘리는 땀은 운동할 때 흘리는 땀보다 짜다. 전해질을 몸에 남겨 계속되는 운동 상황에 대응하려는 적응 과정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운동과 함께 더위에 적응할 때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필수 조건이 있다. 수분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는 것. 땀을 많이 흘리는 만큼 소진되는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줘야 운동 효율을 높이고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다.

이번 여름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야외활동을 할 것이다. 운동을 할 때는 물이나 스포츠음료를 많이 섭취하면서 땀을 많이 흘려라. 더위에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그것이 더위 적응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써 이뤄 놓은 더위 적응을 ‘말짱 도루묵’으로 만드는 것들이 있다. 수면 부족, 알코올 섭취, 그리고 탈수와 소금기 부족 등이다. 이런 것들은 더위 적응 능력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이대택 국민대 교수(체육학) dtlee@kookmin.ac.kr
#더위 적응#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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