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불이 벌겋게 타오른다. ‘타닥, 타닥’ 조개껍데기 타는 맛있는 소리가 귀를 울린다. 뜨거운 조개를 입으로 후후 불며 맛보는 바다의 진한 향. 예전엔 조개구이를 맛보려면 서해 쪽 도로를 타고 해안가, 항구 등을 찾아야 했지만 이제는 웬만한 시내에서도 손쉽게 그 맛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서민의 음식 조개구이. 사실 조개는 패총(조개 무덤)이 선사시대의 대표적 유적일 만큼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식재료다. 조개구이의 역사는 인류가 불을 발견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져 왔을 가능성이 크다.
조개구이는 키조개, 가리비, 맛조개, 모시조개, 동죽 등 다양한 조개의 맛을 한번에 느낄 수 있다는 데 그 매력이 있다. 거기에 불 위에 직접 구워 먹는 재미를 더하니, 술 한잔 하면서 인생을 논하는 주객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즐겨 찾는 음식이 됐다. 최근엔 소비자들이 참살이(웰빙)를 중시하면서 조개구이가 다이어트와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식품성분표에서 조개구이의 대표 주자인 가리비, 맛조개, 키조개, 석화(굴), 모시조개 등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자. 대체로 지방은 1∼2%로 돼지고기 목살(9.5%), 쇠고기 등심(31.7%) 등과 비교해 훨씬 낮다. 조개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돼지고기 쇠고기에 비하여 칼슘 함량은 대략 5∼10배 많고, 철분 함량 역시 2배 이상 많다. 현대인에게 필요한 무기질(미네랄)을 제공하는 좋은 식품이란 얘기다. 조개구이 가게에 여성들이 많아진 것도 이런 이유일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처럼 날씨가 따뜻해지면 조개구이 가게를 찾는 게 약간 꺼려진다. 식품 안전이 신경 쓰여서다. 날씨가 더워지면 신문이나 TV 등을 통해 심심치 않게 식중독 사고를 접하게 된다. 식중독 원인균만도 황색포도상구균, 장염비브리오균, 병원성 대장균, 리스테리아 등 매우 많다.
이 중 조개와 관련된 대표적 식중독균은 장염비브리오균이다. 장염비브리오균은 소금 농도 3∼4%에서 증식하는 호염성 세균인데 이 세균에 의해 식중독에 걸리면 짧으면 2∼3시간, 보통은 10∼24시간 안에 급성 위장염 증상으로 심한 복통을 겪는다. 구토 설사 등을 할 수 있고, 증상이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만큼 위험하다. 특히 어린이, 임신부, 노인 등이나 면역력이 부족한 사람의 경우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면 조개구이를 먹을 때 어떻게 해야 식중독을 방지할 수 있을까. 식중독균을 죽이려면 조개 속까지 완전히 익히는 게 최선이다. 불 위에 올린 조개가 입을 벌리고 껍질 안에서 국물이 끊기 시작하면 조갯살을 뒤집어 다시 한 번 익히도록 하자. 장염비브리오균은 열에 약하다. 조개를 잘만 익혀 먹으면 식중독 걱정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안심이 되질 않는다고? 그러면 어쩔 수 없다. 조개구이 대신 조개찜이나 조개탕 등을 시켜 꿩 대신 닭의 행복이라도 누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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