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은 ‘2012 오늘의 작가’로 화가 정직성(본명 정혜정·36) 씨를 선정해 초대전을 마련했다. 2004년부터 시작된 이 제도를 통해 순수회화 작가를 조명한 것은 처음이다. 조각 전문 미술관으로 올해 10주년을 맞는 미술관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탄탄한 작업을 하는 작가들로 그 선정 범위를 넓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없이 짓고 부수는 도시의 개발과 건축적 구조에 관심을 가진 작가는 다세대와 연립주택을 모티브로 했던 ‘주택’ 연작과는 크게 달라진 50여 점을 내놓았다. 꽤 인지도가 높았던 전작을 버리고 과감한 실험을 시도한 것이다. 도시의 송전탑이나 공사현장, 굴착기 같은 기계를 소재로 한 신작에선 추상성이 한층 두드러진다. 물감을 흩뿌려 이미지를 다시 감추는 과정을 통해 시간의 흐름까지 담고자 했다.
선과 형태, 색이 자유롭게 뒤얽힌 작품들은 ‘그리기의 본질’에 충실한 작업으로 묵직한 힘이 느껴진다. 도시를 늘 걸으면서 그 관찰과 생각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그림에는 튼튼한 골격이 엿보인다. 힘찬 붓놀림에 기운생동의 느낌이 스며 있고, 자연스럽게 물감이 흘러내린 자국과 선들은 삶의 불확실성이라는 징후로 읽을 수 있다. 전시는 6월 14일까지. 02-3217-6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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