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신동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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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7일 03시 00분


책상-낙관-붓 등 유품, 유작들 고스란히
사업가 이한주 씨 보관… “진도에 전시장”

신동우 화백의 유품 2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이한주 씨가 신 화백의 수채화들을 펼쳐 보였다. 진도=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신동우 화백의 유품 2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이한주 씨가 신 화백의 수채화들을 펼쳐 보였다. 진도=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 만화 ‘풍운아 홍길동’의 신동우 화백(1936∼1994·사진). 그가 남긴 작품 27점과 책상 붓 물감 파이프 담배 의류 친필메모 등 유품 200여 점이 발견됐다. 소장자는 고인의 팬으로 진도 홍주 판매사업을 하는 이한주 씨(57). 》
14일 오후 전남 진도에 있는 이 씨의 집에 들어서자 낡은 책상과 녹슨 스탠드, 먹이 말라붙은 붓 100여 자루 등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신 화백이 돌아가신 후 서울 작업실에 있는 작품과 유품을 모두 구매해 진도의 집으로 가지고 왔고, 당시 모습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소장한 신 화백의 작품은 대부분 해외 유명 도시의 주요 풍경을 스케치한 수채화. 고인이 대한항공의 지원을 받아 취항 예정 도시에서 그린 그림들이다. 신 화백의 수채화는 연한 파스텔 톤으로 그의 만화 캐릭터처럼 밝고 정감이 넘쳤다.

어릴 적부터 신 화백의 만화를 좋아했다는 이 씨는 1987년 지인의 소개로 인연을 맺은 후 그의 후원자 역할을 했다. 천식이 심했던 신 화백은 공기 좋고 풍경도 아름다운, 이 씨의 고향 진도를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화백님이 진도에 작업실과 전시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하셨어요. 갑자기 세상을 떠나신 후 이곳에 신동우 전시장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작품과 유품을 모조리 구입했죠. 하지만 그 뒤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아 20년 가까이 그저 집에 보관할 수밖에 없었어요.”

올해 초 이 씨는 술병을 맞추러 경남 하동의 도자기 전문점 ‘길성도예’에 들렀고, 우연히 도예가 길성 씨와 신 화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길 씨와 신 화백은 친한 사이였다고 한다. 이 씨가 “신 화백의 작품과 유품을 보관하고 있다”고 말하자 길 씨는 “진품인지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권영섭 한국원로만화가협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전했고, 권 회장과 신문수 윤승운 박수동 등 원로 만화가 9명이 이달 1일 이 씨의 집을 찾았다.

신동우 화백의 낙관들(위). 신동우 화백이 쓰던 책상과 스탠드, 붓들(아래).
신동우 화백의 낙관들(위). 신동우 화백이 쓰던 책상과 스탠드, 붓들(아래).
“딱 보니 신 화백의 작품이에요. 저희 모두 무척 놀랐고 옛 동료를 다시 만난 것처럼 기뻤죠. 사실 신 화백의 출판 만화는 꽤 많이 남아 있어요. 하지만 세계일주를 하면서 스케치한 풍경에 만화적 위트까지 더한 수채화 원화는 무척 진귀하죠.”(신문수 화백)

권 회장은 “신동우 화백을 추억하는 팬과 후배 만화가들에게 그의 또 다른 작품 세계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조만간 협회 차원에서 신동우 전시를 기획해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작품과 유품을 팔 생각은 없다”고 했다. “서푼이라도 벌 생각이었으면 진작 그렇게 했을 거예요. 진도에 신동우 전시장을 꼭 만들어 그의 작품과 유품은 물론이고 다른 만화가나 화가들의 작품도 전시하고 싶습니다.”

진도=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신동우#풍운아 홍길동#미술#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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