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식품 라면, 高나트륨<라면 1봉지 속 염화나트륨, 1일 권장량 육박>대표선수
건강식으로 변신할 순 없나
‘라면은 현대의 식문화의 집대성으로/영양학자와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들이 만들어내는/정치적인 이슈는 스프 속에 감춰진 비밀 레시피/소고기 맛 베이스/지미강화육수분말/육개장 양념분말/햄 맛 분말/향미 증진제/돈골 엑기스/엄청난 살육의 엑기스를 분말로 만들어내는/물리학의 기적…’(신혜정 시인의 ‘라면의 정치학’ 중에서)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 임원인 윤모 씨(49)로부터 몇 년 전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몸에 좋은 라면을 만드는 게 꿈이다.” 30분 만에 한 끼를 해결하면서도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라면을 만들겠다던 그의 꿈은 아직도 실현되지 않은 것 같다.
라면은 ‘서민 식품’, ‘국민 식품’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하지만 거리낌도 만만치 않다. 신혜정 시인이 시를 쓴 의도야 어떻든 그 속에 숨어 있는 수많은 첨가물, 그리고 다른 식품에 비해 높은 칼로리와 하루 평균 권장량에 육박하는 나트륨….
하지만 아무리 몸을 챙기는 사람일지라도 가끔 “라면이 먹고 싶다”고 말한다. 그만큼 국민 식품이다. 그런 욕구를 틈타고 국내 라면업계는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라면 1人 소비 세계 1위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에 이어 최근에도 ‘세계 10대 불량음식’을 발표했다. 튀긴 음식, 염장류, 가공고기류, 과자류, 탄산음료, 간편 조리식품, 통조림류, 설탕에 절인 과일류, 냉동간식, 숯불구이류 등이다. 튀기거나 염장을 했거나 숯불에 굽는 조리 방식을 선호하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발표다. 이런 음식들에 대해 어떤 암 환자들은 ‘악마의 식품’이라고도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즐기는 식품 중에서 WHO가 발표한 ‘10대 불량음식’의 특성을 가장 많이 포함하고 있는 식품은 무엇일까. 업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1년간 라면 소비량은 68개에 달한다. 5일에 1개꼴이다.
세계라면협회(WINA) 자료에 따르면 2009년 현재 국가별 라면 소비량은 중국이 408억 개로 1위, 인도네시아가 139억 개, 일본 53억 개, 베트남, 미국에 이어 한국이 34억 개로 6위이다. 인구 대비 소비량은 우리나라가 1위다. 국내 시장 규모도 2조 원가량으로 와인(5000억 원)의 4배, 소주 시장(2조8000억 원)보다는 약간 작다.
초중학생들의 라면 소비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011년 6, 7월 수도권 초중학생 108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주일에 3번 이상 라면을 먹는다고 응답한 중학생은 24.9%에 달했다. 1년으로 환산하면 1인당 평균 156개 이상을 소비하는 셈으로 한국인 평균보다 2.3배로 높다.
끓이는 라면업계의 도전
우지(牛脂), 재사용 기름 등의 문제로 라면 파동이 일 때마다 라면 소비량은 주춤했다. 하지만 업계의 도전은 소비자의 기억이나 절제를 압도한다. 봉지라면에 이어 컵라면의 등장,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육수를 뛰어넘어 매운맛, 싱거운 맛까지 라면의 종류와 수는 헤아릴 수 없다. 수많은 변신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얀 국물’ 라면이 국내 시장 판도를 크게 바꿨다. 더 나아가 갈색 국물 라면까지 등장했다. 기름에 튀기는 대신 굽고, 건조해 칼로리를 대폭 낮춘 제품들도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제품들은 소비자들에게 높은 가격이라는 대가를 요구한다. 그 속에 상업성도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하얀 국물 라면이 칼로리가 낮을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종전 빨간 라면과 칼로리나 성분, 영양에는 큰 차이가 없다.
업계에서는 라면에 대한 오해를 풀고 진실을 알리겠다며 온갖 힘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자료를 통해 △건조면은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았고 △칼로리도 500Cal(개당) 안팎으로 성인 일일 권장섭취량 2100∼2600Cal에 크게 못 미치며 △기름에 튀길 때에는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며 △대량 생산 때문에 가격이 싸다고 홍보하고 나섰다. 하지만 라면 수프에 포함된 엄청난 양의 염화나트륨과 첨가물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제는 국민들이 똑똑하게 소비할때다. 상품을 구입할 때마다 포장지에 씌어 있는 영양성분표시를 꼼꼼히 읽어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국민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서라도. 라면을 자제하고, 굳이 선택한다면 칼로리와 첨가물이 적으면서 착한 가격의 제품을 선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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