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시인은 7, 8년 전 문인 150여 명과 함께 독도를 처음 ‘봤다’. 한국시인협회 행사였는데 너울이 심해 섬에 오르지는 못하고 정박한 배 위에서 행사를 치렀다. 작가가 처음 본 독도는 생각했던 것보다 작고 초라했지만 이내 무언가 가슴에서 울컥 치밀어 올랐다. 독도의 모습이 ‘늙은 암컷의 젖무덤’이나 ‘오랜 세월 수행하는 노스님’ 같았다. 공중에 정지한 듯 떠 있는 괭이갈매기는 한편의 극사실화를 보듯 그의 머리에 뚜렷이 각인됐다.
그때 받은 인상을 단초로 이 책을 냈다. 시와 산문, 평론을 두루 써 ‘전방위 작가’로 불리는 저자가 쓴 첫 번째 동화다. 주인공은 새끼 상괭이(독도에 사는 고래 종류) ‘외뿔이’다. 아빠를 잃고 엄마 고래 손에서 자란 외뿔이는 상어들의 공격에 엄마마저 잃고 홀로 남지만, 주위 동물들의 도움으로 꿈을 향해 의연히 헤엄쳐 나간다.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문체는 어렵고, 내용 또한 무겁다. 표지에는 ‘어른이 읽는 동화’란 알림 글을 달았다. 작가는 “20, 30대를 위한 동화”라고 설명했다. “요즘 20대의 현실은 ‘하나의 벽’과 같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이나 진로에 어려워하는 모습이 많은데 이 책이 도움이 됐으면 좋 겠다.”
그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꿈과 희망’이다. 의지할 곳 없는 신세가 된 외뿔이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학교에서 쫓겨난다. 하지만 수염고래, 흑범고래, 하얀갈매기 등에게 의지하며 꿈과 희망에 대해 배우고, 고래들의 낙원을 찾아 떠난다. ‘자신의 꿈을 찾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가 외뿔이의 힘든 여정에 스며 있다.
한국적 추상화의 대가로 꼽히는 이두식 홍익대 교수가 그린 독도와 수중 세계를 볼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다만 에피소드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여럿 보이는 점은 아쉽다. 7월경 같은 이야기를 좀 더 쉽게 풀어쓴 아동용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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