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정원은 속깊은 교감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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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9일 03시 00분


◇정원 사용설명서/이성현 지음/208쪽·1만1800원·나무도시

“작은 화분 하나여도 충분합니다. 먼저 식물들에게 가벼운 인사말을 건네 보세요. 무언가와 교감한다는 것, 특히나 고요한 식물과의 교감은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해 줍니다. 바로 ‘정원이 있는 삶’입니다!”

저자는 정원사다. 그는 정원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보다 어떻게 잘 사용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정원 사용설명서’다. 이 책을 출판한 ‘나무도시’는 ‘고정희의 중세정원 이야기’ ‘윤상준의 영국정원 이야기’ 등 유럽정원과 공공조경 같은 정원 관련 전문서를 출판해 왔다.

정원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정원을 감상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원은 거실에 걸려 있는 아름다운 풍경화가 아니라 완성이 없는, 늘 성장하고 변화하는 살아있는 존재이다.

또한 정원은 치유의 공간이다. 우리가 가꾸기만 하는 번거롭고 귀찮은 장소가 아니라, 어느 순간 도리어 우리가 돌봄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정원은 교감의 마당이기도 하다. 살아 움직이는 정원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말을 건네며 소통하고, 가족과 이웃과 풀벌레와 새들과의 행복한 만남을 주선한다. 텃밭의 고랑을 사이에 두고 아내와 함께 나누는 일상의 대화는 거실의 TV 앞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속 깊은 이야기들이다.

“저는 일을 마치고 목장갑을 벗고 의자에 가만히 몸을 기대는 순간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리고 빨랫줄에 가지런히 널려 있는 목장갑을 보고 있노라면, 하루의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지곤 한답니다. 정원 사용을 꿈꾸고 계신 분이라면 목장갑을 넉넉히 준비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책의 향기#실용기타#정원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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