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못 속이나 보다. ‘부전여전(父傳女傳)’이 따로 없다. 극작가 이만희 동국대 교수의 딸 이승은 씨(29)와 극작가 겸 연출가 이윤택 씨의 딸 이채경 씨(31)가 각각 자신들이 쓴 뮤지컬 대본으로 공연계에 정식 데뷔한다.
이승은 씨는 동국대 영상대학원 석사논문으로 2008년에 쓴 뮤지컬 대본 ‘마이 뮤즈’가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한국에선 신생 공연기획사 태양엔터테인먼트(대표 변재영)와 내년 하반기 무대화 계약을 했다. 일본에선 후지산케이그룹 산하 쿠오라스와 선인세 개념의 로열티를 먼저 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진행 중이다. 쿠오라스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나인’과 ‘코코’ 등 20여 편의 연극 및 뮤지컬을 제작한 대형 기획사. 한국의 엠뮤지컬과 합작해 9월 도쿄 아오야마 극장에 ‘잭 더 리퍼’ 한국어 공연도 올린다.
마이 뮤즈는 쇠락한 50대 후반의 패션디자이너가 젊고 매력적인 남자 제자를 통해 예술적인 영감을 회복하지만 제자가 자신의 딸과 교제하면서 삼각관계에 빠진다는 내용.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에서 연출을 전공한 이 씨는 “뮤지컬 연출가의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까 해 아버지 밑에서 극작을 배우고 있다”며 “최근 석가모니의 일생을 다룬 뮤지컬 대본을 썼는데 아버지로부터 ‘예상한 것보다 200%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웃음 지었다.
이채경 씨는 자신이 쓰고 연출하는 뮤지컬 ‘샘’이 다음 달 중순 시작하는 제6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창작지원작 6편 중 하나로 선정돼 7월 6∼8일 대구 봉산문화회관 스페이스라온홀에서 공연한다.
샘은 이 씨가 뉴욕주립대 뮤지컬 극작과정 예술석사(MFA)과정을 밟을 당시 습작한 작품을 보완해 완성한 것. 변기 도둑이 화장실에서 자살을 시도하려는 ‘변비녀’와 ‘설사녀’를 만나 이들을 구해내는 소동을 코믹하게 그렸다. 뮤지컬 넘버 15곡은 유학 당시 동창생인 호주인 폴 캐슬스 씨가 작곡했다.
이 씨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부제가 화장실 오페라”라고 소개하면서 “곡 자체는 굉장히 클래식하다. 고급스러움과 화장실로 상징되는 더러운 것, 원초적인 것을 대비하고 섞어 코믹하게 풀었다”고 말했다.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이 씨는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다니다가 뒤늦게 전공을 바꿨다. 그가 진로를 바꾼 것은 20년 넘게 극단 연희단거리패를 이끌어 온 아버지의 말 때문이란다. “뮤지컬 대본 한번 써봐라” “왜요?” “극단이 먹고살려면 뮤지컬을 해야 한다.” 그는 “이윤택의 딸이라는 게 사실 부담스럽다. 극작과 연출 색깔이 아버지와 많이 달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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