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향… 뉴욕필… 그릇 크기는 달라도 감동의 크기는 같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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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4일 03시 00분


창단 30돌 수원시립교향악단 김대진 상임지휘자

수원시립교향악단 제공
수원시립교향악단 제공
올해 창단 30주년을 맞는 수원시립교향악단이 그 존재감을 뚜렷이 각인시킨 바탕에는 김대진 상임지휘자(50·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있다. 피아니스트로서 손열음, 김선욱 등 뛰어난 제자를 길러낸 그는 2008년 5월 수원시향의 제6대 상임지휘자로 부임했고, 2010년 4년 임기로 재계약했다.

그가 취임한 뒤 수원시향은 해마다 열리는 교향악축제에서 관객 수 기준으로 상위에 꼽히는 악단이 됐다. 2007년 14위였던 수원시향은 2009년 1위, 2010년 5위, 2011년 2위에 이어 올해는 7위에 올랐다. 수원시향의 약진을 이끈 그를 22일 서울 서초동 한예종 연구실에서 만났다.

“수원시향 단원들의 기량이 늘었다. 뭘 보고 아느냐면 단원들이 한때 ‘공포의 리허설’이라고 하던 리허설에 대해 ‘덜 고통스럽고 덜 힘들어졌다’고 하더라. 리허설 강도는 그대로인데….”

박노을 첼로 수석은 “지휘자님은 리허설 때 바로잡아야 할 것은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지나치지 않는다. 예전에는 다 같이 포기하거나 다 같이 달려가는 스타일이었는데, 이제는 음악의 구조를 생각하면서 서로 배려하고 균형을 잡고 소리를 맞추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피아니스트로서는 결코 느끼지 못한 묘한 감정을 무대에서 경험한다. ‘많은 이가 합심해서 오롯이 한 길을 가고 있구나’, 기가 막힌 선수들로 꾸린 축구팀으로 경기하는 듯한 느낌”이라면서 웃었다.

그는 지휘자가 단원의 연습 정도를 파악하는 것만큼 단원들도 지휘자가 얼마나 준비했는지 금세 안다고 했다. 그는 “지휘자로서 경력이 길지 않다. 경험도, 비법도 없는 나로선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암보는 기본이고 오케스트라의 어느 누구보다 작품을 깊이 파고든다. 또 자신이 피아니스트인 만큼 연주자들이 가진 속성과 특징을 이해한다.

“오케스트라에서 목관 연주자는 때로 단 몇 마디를 솔로로 연주하지만 솔리스트 못지않은 압박감을 느낀다. 전체 연주를 망칠 수도, 돋보이게 할 수도 있다는 강박 때문이다. 이를 지휘자가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그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서 스스로를 자꾸 돌아보게 된다고 했다. ‘떨릴 때 나는 어떻게 대처했던가, 어떻게 하면 공들여 준비한 것을 한 번에 다 쏟아내도록 도와줄 수 있는가, 나는 무대에서 어떤 생각을 했던가….’

그가 설파하는 ‘그릇론’은 이렇다. 수원시향, 뉴욕필, 베를린필은 저마다 그릇의 크기가 다르지만 그 그릇을 가득 채우면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점은 같다는 것이다. 그릇을 제대로 채우지 않고 무대에 오른 적은 없다고.

올해 2월 창단 30주년을 기념해 베토벤 교향곡 2번, 5번으로 음반(소니클래시컬)도 냈다. 흔한 레퍼토리로 왜 음반을 내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지금 수원시향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2010년 제2회 객석예술인상을 수상했다. 지방 오케스트라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한 공로였다. 그 부상 격으로 31일 영국 런던에서 유럽 문화계 인사들을 초청한 가운데 ‘수원시향의 밤’을 연다. 객석 발행인 윤석화 씨가 주선하는 자리로, 그와 한경진 수원시향 악장이 연주하고 참석자들에게 수원시향의 음반과 소개 자료도 나눠줄 계획이다.

: : i : : 수원시향은 창단 30주년을 기념해 전국 11개 도시 순회 음악회를 펼치고 있다. 4월 제주를 시작으로 25일 대구,27일 창원, 28일 부산, 29일 울산, 6월 26일 광주, 27일 전주, 7월
7일 태안 등에서 열린다. 5000∼3만5000원. 031-228-2813∼5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수원시립교향악단#수원시향 30돌#김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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