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어요. 수많은 정보와 자극을 접하면서 극심한 피로를 느껴온 한국인들이 ‘잡다한 생각을 하지 말라’는 제 책을 통해 위로를 받은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50만 부 이상 판매된 ‘생각 버리기 연습’(21세기북스)의 저자 고이케 류노스케 스님(34)이 처음 방한했다. 22일 오후 서울 강남의 호텔에서 만난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한국어로 “처음 뵙겠습니다. 고이케입니다”라고 인사했다. 큰 키에 잘생긴 얼굴, 자분자분한 목소리, 맑은 피부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완벽한 채식주의자로 음식에 기름조차 전혀 넣지 않는다고 했다.
고이케 스님은 ‘생각 버리기 연습’ 등 여러 저서에서 ‘휴뇌(休腦), 즉 뇌를 쉬게 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생각을 지나치게 많이 하면 뇌에 과도한 자극을 줘 신체적, 정신적으로 피곤해지니 명상과 걷기, 운동, 음식 여러 번 씹기, 동일한 동작 반복 등을 통해 뇌를 쉬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다작으로도 알려졌다. 최근 2년간 국내에서 출간된 책만 신작 ‘생각 버리기 연습 2’를 포함해 ‘화내지 않는 연습’ ‘행복하게 일하는 연습’ ‘버리고 사는 연습’ ‘침묵입문’ 등 10여 종에 이른다.
그는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스님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렸다가 출판사 관계자들의 눈에 띄어 본격적으로 책을 내기 시작했다. 다작을 할 수 있는 힘의 원천으로도 그는 역시 ‘명상’을 들었다. “다방면에 관심을 두고 생각을 많이 하면 오히려 집필할 수 있는 힘이 떨어져요. 생각을 버리고 명상하다 보면 되레 생각하고 쓸 수 있는 힘을 얻죠.”
그는 잘생긴 외모와 도쿄대 출신이라는 배경으로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좋은 조건인데 왜 스님이 됐느냐”고 묻자 그는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일 뿐”이라며 웃었다. “일본 불교는 한국처럼 엄격한 수행을 요구하지 않아요. 스님도 일반인처럼 수행하면서 일도 하고 결혼도 하며 아이도 낳을 수 있죠. 아버지가 스님이어서 저는 절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 역시 절에서 태어나셨죠. 집안 대대로 스님이었고, 저도 자연스럽게 스님이 됐어요. 가업을 잇는 것처럼.”
스님 역시 결혼했지만 지금은 부인과 헤어져 그가 주지로 있는 도쿄 내 사찰 쓰키요미(月讀)사에서 홀로 수행하고 있다.
고이케 스님은 최근 한국에서 불거진 스님들의 도박 사건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그는 “사람들은 흥분과 긴장을 즐기기 위해서 도박을 한다”며 “(양국 불교가 다르지만) 스님의 본업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있다. 그런 스님이 도박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이치에서 벗어난 행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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