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한국어 한류]<2> 美 주류사회 한글 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4일 03시 00분


‘한드’의 情에 푹 빠지고…
한글의 아름다음에 홀딱 반했어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한류 서퍼스(한류 체험탐험대)’ 회원들. 이들은 현지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한 달에 한 번 한국식당에서 열리는 모임을 통해 한류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이 모임은 2007년 샤론 앨러슨 교수(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한류 서퍼스(한류 체험탐험대)’ 회원들. 이들은 현지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한 달에 한 번 한국식당에서 열리는 모임을 통해 한류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이 모임은 2007년 샤론 앨러슨 교수(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 “‘creative work ability’가 한국어로 뭐죠?” “‘창조적인 업무 능력’입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의 한국어 강의실. 수강생 20여 명이 어눌하지만 진지한 말투로 한국어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BYJ’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은 금발의 중년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이스트로스앤젤레스대 영어과 교수인 샤론 앨러슨 씨(53)다. BYJ는 배우 배용준의 영문 이니셜. 그의 가방에는 ‘당근이지’라는 한글 문구가 쓰여 있었다. 누가 봐도 열렬 한류 팬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모습이다. 》
●한국 드라마 인기

이스트로스앤젤레스대 앨러슨 교수
이스트로스앤젤레스대 앨러슨 교수
그는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다 한류에 빠져들었다. 친구의 권유로 본 드라마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삼순이(김선아)의 둘째 언니(이아현)가 이혼한 뒤 친정에 돌아와 사는 것이 처음엔 얼핏 이해하기 어려웠다. 가족은 이혼을 좋지 않게 여기면서도 돌아온 딸을 따뜻하게 맞아줬다. 앨러슨 교수는 “드라마를 보니 말로만 듣던 한국인의 정(情)이 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훌루 닷컴’과 ‘드라마피버 닷컴’으로 수백 편의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섭렵했다. ‘대장금’ ‘시크릿 가든’이 가장 인상적이었고, ‘겨울연가’ ‘풀하우스’는 사랑에 대한 생각을 넓혀줬다고 했다. 최근에는 영화 ‘하울링’ ‘마이웨이’, 드라마 ‘오작교 형제들’ ‘옥탑방 왕세자’ ‘발효가족’을 봤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배우는 현빈과 장혁이다.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은 자연스럽게 한국어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갔다. 2008년부터 한국 문화원에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언어학자로서 한국어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한국어는 동사 위주로 전개되는 게 흥미로워요. ‘꽃’인 동사가 ‘나비’인 명사와 부사를 끌어들이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동사의 어미변화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것도 매력적이고요.”

아랍어, 일본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 등을 공부한 그는 “한국어는 듣기와 말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문법과 규칙, 글자는 과학적이고 쉽다. 한글을 배운 사람은 문맹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음과 모음이 신체 발음기관을 모방한 것도 다른 언어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이라고 말했다.

[채널A 영상] “한국인 회식문화·등산복 사랑 놀라워”

●‘한류 서퍼스’ 만들어

LA 한국문화원 한국어 강의실
LA 한국문화원 한국어 강의실
그는 2007년 ‘한류 서퍼스’(한류 체험탐험대·hallyusurfersla.blogspot.com)란 블로그를 내고 같은 이름의 한류 팬 모임도 만들었다. 대학교수, 컴퓨터 프로그래머, 소설가, 의상디자이너, 사진작가 등 60여 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한 달에 한 번 한국 식당에서 정기모임을 갖는다. 모임에 참여한 컴퓨터 프로그래머 조지 울머 씨는 “한국 문화가 요즘 주변에서 매우 ‘핫’하다. 1980년대에는 일본 문화가 대세였지만 지금은 한국 문화”라고 말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 회계담당 교직원인 안투안 스콧 씨는 “한국 음악이 미국 음악에 비해 결코 수준이 낮지 않다. 신선한 멜로디가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류 서퍼스 멤버들은 앨러슨 교수의 권유로 한국문화원의 한국어 강좌에 대거 등록했다. 1995년 시작된 이 강좌에는 지역 엘리트들이 몰리고 있다. 2010년경부터 미국에서 케이팝(K-pop)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수강 열기는 한층 뜨거워졌다. 현재 수강생은 399명이지만 시설이 모자라 복도에도 의자를 놓고 수업을 한다. 김재원 문화원장은 “자리가 없어 등록을 못한 지원자가 이번 학기에도 1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수강생은 변호사, 의사, 회계사, 대학교수 등 직장인과 대학생이 대부분. 80% 이상은 대졸 이상 학력이며 한국 문화를 보다 잘 이해하고 즐기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다. 현지 외국인이 75%, 재외동포가 25% 정도인데 최근에는 백인 비중이 크게 늘었다.

중급반의 엘리 세예디안 씨(변호사)는 “한국 전통 부채춤에 매료돼 공부를 시작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강의를 듣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같은 반의 한나 슈에레 씨(서던캘리포니아대 방문연구원)는 “중국어, 러시아어 등 많은 언어를 공부해봤지만 한국어는 특히 한글의 (글자)모양이 독특하고 아름다워 배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글·사진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이제는 한국어 한류#미국#한국어. 한국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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