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김강우… 돈의 맛 달콤하지만 삼키기엔 너무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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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5일 03시 00분


‘돈의 맛’ 주연 배우 김강우는 “임상수 감독님은 영원한 청년” 이라며 삼청동에서 데이트를 많이 했다. 나보다 더 젊은 생각을 갖고 계신 것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돈의 맛’ 주연 배우 김강우는 “임상수 감독님은 영원한 청년” 이라며 삼청동에서 데이트를 많이 했다. 나보다 더 젊은 생각을 갖고 계신 것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이 배우, 타이밍 한번 기막히다.

데뷔 10년이 되는 배우 김강우(34)에게 영화 ‘돈의 맛’은 특별하다. 처음 배우가 되던 해, 그는 10년 동안 인생을 살아가며 연기를 해야 제대로 맛을 느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지금 그는 ‘돈의 맛’을 만난 것이다.

김강우는 ‘돈의 맛’에서 대한민국 최상류층 백씨 집안의 충직한 비서로, 그룹의 은밀하고 검은 뒷일을 도맡아 하며 점점 돈맛을 알아가는 주영작 역을 맡았다. 돈이 지긋지긋할 법도 한데 그는 “그래도 좋더라”라며 웃었다.

“돈 많으면 좋죠. 그런 달콤한 맛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꿀떡 삼키기엔 너무나 무서운 게 바로 돈이죠.”

주영작 역을 맡으며 김강우는 상류층 관련 서적을 읽는 등 사전조사를 했다.

“‘이 세상엔 다양한 삶이 있구나’라는 걸 받아들였죠. 그러지 않으면 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해요. 영작이는 완벽한 스펙을 가지고 있지만, 일반 직장인입니다. 돈독 오른 그 집 사람들을 보며 느낀 당혹감, 수치스러움을 그대로 표현하면 됐어요. 오히려 상류층 삶을 다 아는 척하면 연기가 촌스러워지는 거죠.”

이번 영화에서 젊은 육체를 탐하는 윤여정(백금옥 역)과 베드신을 찍은 김강우는 임상수 감독이 윤여정에게만 몰래 알려준 어떤 ‘대사’ 때문에 기절할 뻔하기도 했다.

“너무 솔직하고 직선적인 대사였고 제가 몰랐던 상태여서 깜짝 놀랐죠. 하지만 베드신 자체는 걱정하지 않았어요.”

예고편이나 티저영상 등 영화의 홍보가 성(性)적인 면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돈의 맛’이 노골적으로 성애 장면을 묘사한 ‘야한 영화’라는 선입견이 생길 만도 하다.

김강우도 관객들이 ‘화끈한’ 장면만 기대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영화가 선정적인 면도 없지 않지만, 백씨 집안 사람들의 사고방식, 행동 등에 더 놀라야 영화를 제대로 본 거라고 생각해요.”

‘돈의 맛’은 제6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김강우도 칸으로 간다. 그는 처음에는 별 감흥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단한 일이라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했다.

“몇천, 몇만 편의 영화 중에 우리 영화가 선택된 거잖아요. 작품성, 타이밍 그리고 운이 다 맞아야 이뤄진다는 걸 알았어요. 자긍심이 생기죠.”

또한 그의 바람이 있다면, 임상수 감독이 상을 받는 거란다. 김강우는 “타협해서 좀 더 상업적인 영화를 만들 수 있었지만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임상수 감독님께 박수 쳐 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요즘 그가 실제 삶에서 돈의 맛을 느낄 때는 바로 얼마 전 돌이 지난 아들과 부인에게 돈을 쓸 때다.

“결혼하고 나서, 아들이 생기니까 돈을 벌고 쓰는 맛을 알겠더라고요. 열심히 번 돈으로 ‘꼬맹이(아들)한테 뭘 해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저한텐 돈의 맛이에요. 순수한 돈의 맛.”

아들의 백일이 되기까지 아내를 위해 육아에만 전념했다. 그는 “하늘의 뜻인지,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생기더라고요. 비행기도 태워주고, 뽀뽀도 해줘요. 근데 돌이 지나니까 ‘뽀로로’를 좋아하기 시작했어요”라며 아들 이야기에 웃음이 멈출 줄 몰랐다.

그는 요즘 새 영화 ‘미라클’을 찍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이젠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찍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돈의 맛’을 보고 나온 관객들에게 바라는 점을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영화가 끝나면, 관객이 자기 욕망에 대해 솔직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내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았던 건지, 삶의 목적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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