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패기보다는 경험을 쌓은 사람의 지혜가 더 소중하다는 의미로서 한비자 설림상(說林上)편에 나온다. 늙은 말이라고 해서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다 쓸 만한 데가 있다는 말로 연륜(年輪)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다. 한비는 이런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기원전 663년 제나라 환공의 명재상으로 있던 관중이 대부 습붕(습朋)과 함께 고죽국(孤竹國)을 정벌하기 위해 떠났다. 상당히 오래 끈 싸움이어서 봄이 가고 겨울이 돌아왔다. 이들은 그곳 지리에 어두워 전군(全軍)이 길을 잃고 말았다. 이때 관중이 말했다. “늙은 말의 지혜는 쓸 만합니다(老馬之智, 可用也).” 그리하여 늙은 말을 풀어 그 뒤를 따라가서 길을 찾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갖은 우여곡절을 겪은 관중이 명재상으로서 환공을 보좌하여 춘추오패가 되게 한 데에는 습붕과 같은 충실한 참모가 그림자처럼 도왔기 때문이다. 물론 환공은 관중을 끝까지 경계하고 그의 연륜과 경험을 오직 참모의 자리에만 머물게 했다. 관중은 자신이 죽을 무렵 환공에게 습붕을 추천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사람됨이 안으로는 굳은 마음을 지녔고, 밖으로는 예의가 바르며 욕심이 적고 신의가 두텁습니다. 안으로는 마음이 굳건하므로 표준으로 삼을 만하며, 밖으로는 예의가 바르므로 큰일을 맡길 수 있습니다. 또 욕심이 적으므로 백성들을 다스릴 수 있고, 신의가 두터우니 이웃 나라들과 친교를 맺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패왕을 보좌할 사람이 갖춰야 할 조건일 것입니다. 왕께서는 그를 쓰십시오.”(한비자 십과·十過)
그러나 환공은 속으로 관중을 경계하는 마음이 있어 관중이라는 ‘노마지지’를 활용하지 않고 수조(수”)라는 환관을 기용했다가 불과 3년 만에 배신당하여 반란자들에게 붙잡혀 굶어 죽었고 그의 시신은 석 달간이나 방에 내팽개쳐져 구더기가 방에 넘쳐날 정도였다고 한다.
마치 한비가 이 편에서 내린 결론처럼 “지금 사람들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알면서도 성인의 지혜를 본받을 줄 모르니 역시 잘못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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