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단(丹)’의 작가가 펴낸 신작 소설. ‘단’은 단학(丹學)과 기(氣) 수련 열풍을 이끌며 45만 부가 팔렸고, 당시 사회적 화제가 됐다. 하지만 순문학과는 거리가 있는 데다 ‘선도(仙道)로 남북통일을 이룰 수 있다’ ‘우리 영토가 캄차카 반도까지 이를 것’이라는 등의 내용은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 뒤 간간이 수필이나 시집을 냈던 작가가 “단 이후 쓰는 첫 소설”이라며 ‘소설 경(經)’을 선보였다. 출간 전 영국의 다국적 출판사 ‘놀리지 펜’과 판권 계약을 맺고 영국, 미국, 러시아,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7개국에서 출간하기로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단’ 출간 이듬해 붓다의 명상법인 ‘위파사나’를 접하게 됐다는 작가는 인도, 네팔, 미얀마 등을 여행하며 불교를 공부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는 붓다가 활동하던 기원전 4, 5세기를 배경으로 하늘에서 내려온 천인(天人) 부부가 붓다의 제자가 된 후 붓다 일행이 경험하는 기이한 일들을 풀어낸다. 불교뿐 아니라 유학과 기독교 사상까지 접목하며 독특한 시공간을 횡으로 종으로 엮어가는 장대한 스케일을 선보인다.
문체가 딱딱한 데다 사건을 나열하는 듯한 서사 구조는 아쉽다. 종교서적을 읽는 듯하다. 초고는 200자 원고지 1800장 분량이었지만 내용을 추가해 3400장으로 늘었다. 방대한 분량을 해설하기 위해 각주 456개와 후주 140여 쪽을 붙였다.
작가는 “문학의 가장 웅대한 주제인 자기구원(인간구원)의 문학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단’과는 어떻게 다른지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단은 봉우 권태웅 선생의 구술을 내가 옮겨 적은 것에 불과해 ‘내 것’이 아니었다. 권 선생은 지독한 민족주의자였지만 나는 세계주의자다. (단에서 말한) 신통력 자체가 해탈이 아니다. 마음에 번뇌가 없어지고 깨끗해지는 게 중요하다. 이것을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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