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녹색의 촉수를 쏘다… 리경, 코리아나미술관 설치 작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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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9일 03시 00분


사방으로 무수한 촉수를 뻗친 듯한 녹색 광선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쏟아지는 빛의 세례를 받으며 십자 형태로 엇갈린 통로의 중심에 서면 부유하는 빛의 광선이 관객을 가둔다. 하지만 몸을 살짝 틀면 끝없이 확장되는 빛의 출구가 펼쳐진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코리아나미술관이 중진작가 초대전으로 기획한 리경 씨(43)의 ‘더 많은 빛(more Light)’전에 선보인 동명의 설치 작품(사진)이다. 레이저에 거울과 유리의 반사작용을 결합한 이 작품은 불안이 지배하는 사회를 은유하면서 녹색 광선의 포로가 되는 것도, 풀려나는 것도 우리 의지에 달려 있음을 일깨운다.

경희대와 영국 런던의 첼시국립예술대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공간에 대한 남다른 해석력을 바탕으로 10년 동안 설치작업에 매진해 왔다. 미술시장에서 외면하는 작업이지만 머릿속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내는 뚝심, 섬세한 수공과 기술의 만남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2개층 전시장엔 각기 하나씩 빛 설치작품이 자리한다. 붉은 광선, 물안개, 영상, 사운드를 결합한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도 관객이 몸을 이용해 적극 참여하는 작품이다. 깜깜한 전시장에서 수직, 수평을 재는 간단한 도구와 빛이 만나면서 벽과 계단 등 건축적 구조를 드러낸다. 15분에 한 번 천장에서 뿜어낸 물안개가 빛으로 그려낸 선과 만나는 순간 투명한 벽이 나타난다. 잠시 후 모습을 감추는 벽은 엄연히 존재하면서도 쉽게 드러나지 않는, 우리를 둘러싸고 옥죄는 사회 시스템을 상징한다.

눈으로만 접하는 빛이 아니라, 몸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 느끼는 빛의 공간을 구축함으로써 공상과학(SF)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주는 작업들이다. 7월 21일까지. 2000∼3000원. 일요일 휴관. 02-547-9177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미술#전시#리경#코리아나미술관#설치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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