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이 왜 아편했을까… ‘진달래꽃’ 초판은 왜 2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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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31일 03시 00분


■ 권영민 문학콘서트, ‘소월의 숨겨진 미스터리’ 파헤쳐

시인 김소월
시인 김소월
시인 김소월(본명 김정식·1902∼1934년)의 사망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1934년 12월 24일 서른둘의 나이에 돌연 사망한 고인의 부고를 동아일보는 사흘 뒤 짧게 전했다. ‘한가히 향촌생활을 하는 소월 김정식이 평안북도 구성군 서산면 평지동 자택에서 24일 오전 8시에 돌연 별세하였는데 그가 최근까지 무슨 저술에 착수 중이었다 한다.’

소월의 돌연사 원인에 대해 학계가 제기한 유력한 추정은 ‘다량의 아편을 먹고 자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왜 중독성이 강한 아편을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는 최근 김소월의 증손녀인 성악가 김상은 씨로부터 새로운 사실을 전해 들었다. 소월이 생전 심한 관절염에 시달리고 있었고, 고통이 극심해질 때면 통증을 잊고자 아편을 조금씩 복용했다는 전언이다. 한국 문단의 천재시인이 요절한 배경에는 관절염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문학과 대중의 소통을 모색하는 ‘권영민의 문학콘서트’가 31일 오후 3시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경기문화재단 다산홀에서 ‘봄날의 시인 그리고 시’라는 주제로 열린다. 신달자 시인이 강연과 낭독을 맡는다. 다음 달 1일 오후 7시에는 서울 성동구 행당동 소월아트홀에서 ‘소월을 노래하다’를 주제로 개최된다. 유안진, 문태준 시인이 ‘나의 문학 속의 소월’을 들려준다. 권 교수는 소월의 사망을 비롯해 그에 관한 미스터리에 대해 강연한다. 이 중 시집 ‘진달래꽃’에 얽힌 미스터리를 소개하면 이렇다.

소월이 생전 출간한 시집은 ‘진달래꽃’이 유일하다. 문화재위원회는 지난해 2월 이 시집의 2종 4점을 근대문학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근대문화재에 등록했다. 모두 매문사에서 발행하고 총판(총판매)만 다른데, 한성도서주식회사 총판의 3점, 중앙서림 총판의 1점이다. 이들 시집은 모두 1925년 12월 23일 인쇄, 26일 발행됐다. 하지만 시집 초판본을 내면서 두 가지 총판을 이용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혹 이들 총판의 발행일이 다르지는 않을까. 문화재 등록을 앞두고 문화재위원회와 학계의 고심은 깊어졌다. 초판본이 아닌 것이 문화재로 등록되는 실수를 우려해서였다.

중앙서림 초판(왼쪽), 한성도서 초판
중앙서림 초판(왼쪽), 한성도서 초판
두 가지 총판본은 총 234쪽에 담긴 작품 내용이나 목차, 판형, 인쇄활자 크기가 같다. 하지만 ‘진달래꽃’의 표기가 달랐다. ‘한성도서’의 경우 표지는 ‘진달내꽃’으로, 본문은 ‘진달내ㅱ’으로 표기가 혼재돼 있다. ‘중앙서림’의 경우 표지와 속지가 모두 ‘진달내ㅱ’으로 통일돼 있다.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따르면 ‘꽃’이 맞지만 시집 출간은 맞춤법 통일안 공포 이전의 일이므로 어떤 표기가 맞다고 단정하기 힘들다.

어느 하나가 초판이고, 초판이 매진돼 판형을 그대로 하고 총판만 바꿔 다시 찍어냈을 것이라는 가설도 제기됐다. 하지만 총판들의 선후 관계를 확인하기 힘들뿐더러 재판일 경우 왜 판의 차이를 표기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더군다나 1920년대에는 시집 초판이 200부 정도로 한정돼 있었는데 수요가 적었으므로 재판을 찍은 사례는 찾기 어렵다.

권영민 교수. 동아일보DB
권영민 교수. 동아일보DB
최근 흥미로운 사실이 추가됐다. 웨인 드 프레머리 서강대 국제한국학과 교수가 ‘한성도서의 경우 본문 여러 곳에서 오자(誤字)를 발견했지만 중앙서림에서는 오자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차이를 찾아낸 것이다. 두 판본이 동일한 지형(紙型)을 사용했다면 이러한 인쇄상의 오자 차이가 나오기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성도서 오자를 중앙서림에서 바로잡았다’고 확언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

권 교수는 “갑작스러운 죽음만큼이나 소월의 생애에는 남겨진 미스터리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 문학콘서트에서는 ‘진달래꽃’의 초판본에 얽힌 미스터리 외에도 ‘김소월은 ‘창조’의 동인이 아니다’ ‘북한이 뒤늦게 소월의 출생과 사망 기록을 수정했다’ 등 소월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도 소개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소월#권영민#문학콘서트#김소월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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