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지키는 신목(神木)은 농경문화의 대들보 역할을 해왔다. 마을 입구에 심은 당산나무는 마을의 번영을 기원하고, 재앙을 막아주며, 동네의 쉼터이자 사랑방의 구실을 해왔다. 이 책은 청학동, 운주사, 장승 등 사라지는 전통문화에 관심을 가져온 저자가 30년간 찍어온 당산나무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이다.
누구도 겪어 보지 못했을 과거의 수많은 변화를 묵묵히 보아온 산증인. 카메라에 원경으로 찍힌 당산나무는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어떤 나무는 도로 옆으로 위태롭게 밀려 나와 마을 밖으로 내쫓길 운명에 처하기도 하고, 보호수로 지정받아 철창 속에 갇혀 버리기도 한다. 또 다른 당산나무는 밭 한가운데 고립된 채 쓸모없는 고목이 돼 버렸다. 삶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은 마을공동체의 쇠락을 상징한다.
그러나 마을은 변했어도 나무는 그대로다. 초라한 마을 주변 모습에 비하면 나무의 웅장한 자태는 여전하다. 나무의 강인한 생명력 속에서 한 가닥 희망을 엿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