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손가락 크기의 인체 조각은 섬뜩할 만큼 사실적이다. 정교한 눈 코 입, 살구색 피부의 느낌까지 실제 사람의 축소판 같다. 그 몸 위로 꿀처럼 보이는 끈적끈적한 액체가 떨어져 있다. 다디단 욕망에 중독된 현대인의 초상 같다. 트로피 형태로 지은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녹아내린 벌집에 처박힌 조각도 있다. 영예를 상징하는 트로피가 폐허처럼 변한 풍경은 영광의 빛이 한순간에 스러질 수 있음을 일깨운다.
두 작품은 ‘스컬피’란 소재를 사용해 작은 크기의 인체조각을 만드는 이동욱 씨(36)의 신작이다. 그는 6년 만에 갖는 개인전(‘Love me sweet’)에서 인체 조각의 영역을 확장한 설치작품으로 현대의 삶에 대한 은유와 성찰을 펼쳐낸다.
‘굿 보이’에선 남자의 목에 흰색 올가미가 씌어 있고 양손에 끈이 묶여 있다. 끈을 따라 개 30여 마리가 줄줄이 연결돼 있다. 한순간 무너질 듯한 위태로운 균형은 서로가 서로를 옥죄는 사회의 질서를 떠올리게 한다. 새장에 황금 트로피와 실제 새가 자리한 설치작품 ‘지켜야 할 영광과 지우고 싶은 과거’에선 영광과 몰락이 지척임을 보여준다. 트로피 안에 모이가 담겨 있고 시간이 흐르면 새들의 배설물로 트로피는 얼룩질 것이다. 모자이크 형태로 내장을 드러낸 듯한 동물과 인체를 합친 조각은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작업이다. 가해자로 보이는데 피해자일 수 있으며 그 반대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권오상 씨와 함께 아라리오 갤러리의 전속 작가다.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 갤러리 삼청. 02-723-6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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