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사진을 입다… 권오상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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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5일 03시 00분


데이비드 호크니를 모델로 한 권오상 ‘무제’
데이비드 호크니를 모델로 한 권오상 ‘무제’
권오상 씨(38)는 ‘사진조각’이라는 조각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작가다. 스티로폼 같은 가벼운 재료로 구조물을 만든 뒤 조각조각 오려낸 인물사진을 표면에 붙여 코팅한 그의 입체작품은 대작이라 해도 무게가 60kg 정도에 불과하다. 그는 “전통 조각의 무거움을 감당하기 힘들어 가벼운 조각을 생각했다”며 “새기거나 깎아내는 조각기법과 재료를 덧붙이는 소조기법을 혼합한 방식”이라고 말한다. 그의 기발한 사진조각은 나오자마자 미술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작가는 24일까지 아라리오 갤러리 청담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 ‘데오도란트 타입’ ‘플랫’ 시리즈의 신작을 선보였다. 예전과 달리 직접 촬영한 사진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찾아낸 이미지를 사용했다. 평면으로 입체를 구현함으로써 사진과 조각의 틈새를 파고든 작가는 디지털 이미지를 현실로 불러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데오도란트’란 본래 가진 냄새를 지우고 다른 향기를 입히는 일종의 눈속임이란 점에서 자신의 사진조각에 붙인 제목이다. 이 중 현대미술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를 모델로 한 흉상을 뜯어보면 20대의 젊은 모습부터 80대 보청기를 낀 모습까지 인터넷에 떠도는 다양한 해상도의 이미지를 한데 조합해 시간의 흐름을 드러낸다. 인체와 동물이 복잡한 구도로 얽힌 3m 크기의 작품도 인상적이다. 인도의 국민배우부터 작가 자신까지 현대인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자세와 형태는 그리스 조각을 차용한 작품으로 해석의 여지를 풍부하게 남긴다. 02-541-5701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미술#전시#조각#권오상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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