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요? 로맨틱 코미디? 제가 대답하고도 좀 의외네요. 하지만 결국 안 하게 될 것 같은데, 맘먹고 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남자배우라면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을 꿈꾼다. 스타로 가는 지름길이며 많은 여성팬을 사로잡을 수 있다. CF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하지만 배우 유아인은 로맨틱 코미디를 연기하는 게 ‘징그러운 느낌’이라고 말한다. 현실에는 있을 수 없는 너무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그리고 드라마 전반을 지배하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와 닿지 않는 모양이다.
“로맨틱 코미디에 나오는 장면들이 진짜 같다고 느껴지지는 않잖아요. 어렸을 때는 그런 게 싫었어요. 로맨틱 코미디를 하지 않았던 게 스스로 가벼워 보이지 않기 위해, 뻔해지지 않기 위해 했던 장치들이었죠. 이제는 굳이 그런 장치를 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뻔한 것도 한 번쯤은 해볼 수 있잖아요.”
5월 22일에 종영한 SBS 드라마 ‘패션왕’은 이런 맥락에서 배우 유아인에게 설레는 도전이었다. ‘패션왕’은 로맨틱 코미디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그가 하지 않았던 젊은이들의 사랑과 성공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었다.
또 2010년에 방영된 KBS2 ‘성균관 스캔들’ 이후 오랜만에 하는 드라마이기도 하고, 요즘 세대를 대변하는 어딘가 매력적인 구석이 있는 ‘강영걸’이라는 캐릭터가 유아인의 기대감을 자극했다. 유아인은 “이번 작품을 통해 밝고 유쾌함을, 그리고 요즘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드라마는 얽히고설킨 사랑과 성공을 향한 주인공들의 치열한 싸움으로 끝을 맺고 말았다. 이 때문에 드라마 제목이 ‘패션왕’인데도, 패션 이야기는 없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패션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패션에 대한 열정이나 패션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면들 대신 패션 비즈니스가 중점적으로 다뤄진 것 같아요.”
유아인은 사람들의 기대치도 있고 본인 스스로 패션을 좋아해 작품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입혀주는 대로 입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매주 코디네이터와 의상 회의를 하며 콘셉트를 잡아갔다고.
“‘한국 수사드라마는 수사하면서 사랑하는 이야기, 한국 의학드라마는 의학하면서 사랑하는 이야기’라는 댓글이 있더라고요. 한국 사람들이 ‘사랑’이라는 소재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요즘에는 장르물이 많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그 밖에 또 아쉬운 점이 없느냐고 묻자 유아인은 ‘쿨’하게 없다고 답했다. 심지어 “드라마 마지막에 ‘강영걸’이 총에 맞아 죽었기 때문에 배우로서는 더 쉽게 잊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는 드라마가 끝났어도 자신이 맡은 배역의 삶을 다 끌어안고 살아요. 그런데 강영걸은 죽었기 때문에 쉽게 털어버릴 수 있었어요. 배역이 살아있는 채로 드라마가 끝나면 여운이 남으니까요.”
‘패션왕’은 동시간대에 방송된 MBC 드라마 ‘빛과 그림자’에 밀려 10% 이하(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로 부진한 시청률을 보였다. 시청률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걱정과 달리 유아인은 드라마를 통해 얻은 것이 많다고 털어놨다.
“시청률은 많이 아쉽죠. 하지만 저에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아요. 영걸이는 정말 제가 하고 싶었던 캐릭터이고. 결과가 어떻든 ‘실패했어’라는 느낌이 아니라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했다’ ‘도전했다’라는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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