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모르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아는 사람이 암에 걸렸다면서, 그 사람에게 식품 전문가인 필자가 “A라는 제품이 암에 좋다”고 얘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또 계속 필자가 A제품이 암에 좋다고 말하길 유도하는 듯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신분을 밝히지 않았지만 건강기능식품 판매원인 것 같았다. 아마 필자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를 이용해 제품을 선전하려 했던 모양이다.
그 얼마 뒤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어머니가 암 투병 중인데, 암에 좋다는 말을 듣고 건강기능식품을 비싼 값에 구입해 어머니에게 몇 달째 드리고 있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그것은 모르는 사람이 코멘트를 부탁했던 A제품. 그녀는 그 제품의 원료에 대해 쓴 필자의 글을 보고 전화했다면서 진짜 그 제품이 광고 내용처럼 암 치료에 좋은지 물었다. 얘기를 들으니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필자는 그 제품의 원료를 연구했을 뿐, 그게 암 치료와 관련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은 건강기능식품을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제조(가공을 포함)한 식품’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 기능성이란 ‘인체의 구조 및 기능에 대하여 영양소를 조절하거나 생리학적 작용 등과 같은 보건 용도에 유용한 효과를 얻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건강 증진과 질병 발생의 감소에 도움을 주는 게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얘기다.
건강기능식품은 약과 어떻게 다를까. 질병 치료가 목적인 약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때론 질병 치료를 위해 약의 부작용까지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은 말 그대로 식품이다. 그래서 약과 달리 의사의 처방 없이 구입해 먹을 수 있다. 기준 섭취량을 먹는 한 절대 부작용이 없는 걸 전제로 한다.
건강기능식품은 ‘건강식품’과 다르다. 이른바 ‘건강보조식품’이나 ‘건강기능보조식품’ ‘일반건강식품’ ‘건강기능성식품’ 등 비슷한 명칭의 식품과는 다르다는 말이다. 오직 건강기능식품만이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에서 인증한 마크(사진)를 달고 있다. 식약청은 동물실험, 인체적용시험 등 과학적인 다양한 실험 결과들을 평가해 안전성과 기능성을 심의한 뒤 인증해 준다.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할 땐 식약청 인증 마크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필자의 경험상 우리나라에선 건강기능식품을 보약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또는 질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생각해 맹신하는 사람도 많다. 이러한 잘못된 판단의 주된 배경은 역시 판매자의 과대, 허위, 오인 광고다. 그런 잘못된 광고의 등장을 막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강기능식품 광고는 반드시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로부터 사전심의를 받도록 되어 있다. 심의를 통과한 광고는 사전심의필 마크를 받는다. 건강기능식품 광고를 볼 때 사전심의필 마크가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게 필수인 이유다.
또 각 제품의 섭취량과 주의사항을 세심하게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웹사이트(hfoodi.kfda.go.kr/able/main_index/main_index.htm)에 들어가면 그와 관련한 상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을 먹을 땐 적어도 이것 한 가지는 반드시 기억하자. 건강기능식품은 질병을 가진 환자가 치료를 목적으로 먹는 ‘약’이 아니다. 건강 증진에 도움을 주는 ‘식품’일 뿐이다. 그리고 올바르게 먹을 때에만 건강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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