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학교폭력, 청소년 자살 뉴스가 활화산처럼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온다. 번번이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하는 절차가 뒤따랐지만 황망한 소식은 멈추지 않는다. 지금도 사회를 들썩이게 하는 이슈를 다룬 장편소설이라기에 책을 펼치는 마음이 조금은 무거웠다. 하지만 발랄 경쾌한 문체, 꿈틀거리는 캐릭터, 적재적소에 쓰인 추리기법이 시종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이야기 속으로 끌고 갔다.
주인공은 막 중학생이 된 소년 고기왕. 엄마가 해외 파견 근무를 간 사이 철없는 아빠는 카페 겸 탐정사무소를 차리고 스스로 ‘명탐정’이라 칭한다. 기왕과 아빠가 고양이 실종 사건을 주로 처리하고 있을 때 한 의뢰인이 찾아온다. ‘행운의 열쇠’의 행방과 최근 수상쩍게 행동하는 여동생 오유리의 학교생활에 대해 알아봐달라는 내용.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 전 오유리는 학교 옥상에서 몸을 던지고, 유리가 남긴 ‘행운의 열쇠’ 보증서에는 의문의 숫자가 적혀 있는데….
허술하게 굴러가는 탐정사무소의 일상 사이로, ‘명탐정의 아들’ 기왕이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는 과정이 치밀하게 그려진다. 기왕은 수사를 하면서 과거 왕따를 당했던 기억을 되돌아보고, 현재 ‘빵 셔틀’을 하는 같은 반 아이에게 눈길을 보낸다.
“세상은 아름다운 곳만은 아니다. 이 고비만 넘기면 좋아져, 라고 말해줄 수가 없다. 그럼에도 어두운 터널을 터벅터벅 걸어 나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긴 터널을 지나온 사람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얼굴을 보며 나는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어질 것이다. 그리고 조그맣게 중얼거릴 것이다. 잘 견뎌냈다.”(‘작가의 말’ 중)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