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에서 유로존의 경제위기를 다룬 책 두 권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나는 틸로 사라진 베를린 주 상원의원(사민당)이 쓴 ‘유럽에는 유로화가 필요 없다(Europa braucht den Euro nicht)’이다. 저자는 독일 분데스방크 중앙은행 이사를 지낸 경제학자. 지난달 독일에서 출간된 이 책은 4일 주간지 슈피겔의 비소설 부문 순위 1위에 올랐고 벌써 35만 부나 팔렸다.
사라진 의원은 464쪽 분량의 이 책에서 “독일은 유로존의 인질이 됐다. 홀로코스트 때문에 유럽 위기에서 강제로 엄청난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로존은 독일에 대해 ‘과거의 무력 침공에 대한 몸값을 지불하라’고 강요하고 ‘유로본드 발행이나 채무 분담에 동의하라’고 협박하고 있다”고 적었다.
최근 독일에선 ‘독일인의 절반가량이 유로화가 자국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라진 의원의 주장은 싼 이자에 유로를 마음껏 빌려 펑펑 쓰던 그리스가 곳간이 텅 비자 도움을 요청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고통 분담을 거부해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대다수 독일인의 인식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유럽은 이미 60년 동안 공동의 통화 없이 평화 속에서 잘살 수 있음을 입증했기 때문에 지금 같은 위기를 초래한 유로는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또 “특히 그리스의 경우 상황이 절망적이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재건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극도로 실현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가 책에서 “유로화가 실패하면 유럽이 실패한다”고 주장하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강하게 비판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이 책은 나오기 전부터 논란이 됐다.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사라진 의원이 어리석고 불쾌한 자기만의 확신으로 말도 안 되는 글을 쓴 것 같다”고 비판했다. 위르겐 트리틴 녹색당 원내대표는 “유로본드에 대한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홀로코스트를 거론하는 것은 참 측은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사라진 의원은 2010년 9월 분데스방크 이사 시절 쓴 베스트셀러 ‘자신의 모습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는 독일: 우리는 어떻게 조국을 위험에 빠뜨렸나’에서 이슬람 이민자들이 독일 사회에 통합되지 못한 것은 이슬람문화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동료 이사들은 분데스방크 사상 처음으로 동료 이사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요청했고 사라진 의원은 결국 물러났다.
벨기에 노동당 소속의 마르크스주의자 페테르 메르텐스의 ‘어떻게 그들이 감히(How dare they?)’도 화제작이다. 이 책은 2월 하순 출간된 후 10주 넘게 비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다. 네덜란드에서도 1만5000부가 판매됐다.
그는 이 책에서 “그리스의 재정 위기와 긴축정책은 경제 문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의 문제”라며 전 세계 부의 38.5%를 가진 0.5%의 사람들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야말로 강도다. 사람들에게 돈을 내라고 강요하고 서민의 최저임금을 비판한다”고 규탄했다. 그리스의 선박회사 소유주들은 엄청난 돈을 벌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고 결국 모든 피해는 힘없는 다수의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는 “2008년 위기를 부르고 주물렀던 사람들이 이번에도 똑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며 더 많은 권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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