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54>광자동주, 축자동주(狂者東走, 逐者東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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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4일 03시 00분


狂: 미칠 광 者: 놈 자 東: 동녘 동 走: 달릴 주
逐: 쫓을 축 者: 놈 자 東: 동녘 동 走: 달릴 주

부화뇌동(附和雷同)이란 말과 같은 개념으로 한비자 ‘설림상(說林上)’ 편에 나온다. 한비는 이런 비유를 들었다. 노단(魯丹)이란 자가 중산(中山)의 왕에게 세 차례나 유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금 오십 근을 풀어 왕의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다. 얼마 뒤에 노단이 다시 왕을 만났을 때 미처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나 왕은 이미 주위의 말을 들었던 터라 그의 유세를 들어주었다. 노단은 궁궐을 나와 숙소로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중산을 떠나려 했다.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다시 알현했을 때 당신을 잘 대해주었는데 무슨 까닭으로 떠나십니까?” 노단의 말은 이러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나를 잘 대해주었으니 반드시 다른 사람의 말에 따라 나에게 죄를 물을 것이다.” 어떤 자가 군주에게 “노단은 조(趙)나라를 위해 염탐하러 왔을 것입니다”라고 헐뜯자 중산의 왕은 그 말을 듣고 막 국경을 벗어나려는 노단을 재빨리 붙잡아 벌을 가했다.

한비의 이런 비유는 군주의 시각이 편협하고 줏대 없이 주변 신하들의 농간에 좌지우지된다는 점을 말해준다. 어리석은 군주는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주위 간신들의 말만 듣고 인재를 괴롭히고 심지어 목숨마저 앗아간다. 판단의 부재는 올바른 법도가 없이 그저 순간적인 감정에 따라 하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한비는 ‘간겁시신(姦劫弑臣)’ 편에서 ‘간신’의 개념을 군주의 비위를 맞춰 신임과 총애를 받고 유리한 위치에 자리하려는 자로서 군주가 어떤 것을 좋아하면 그것을 극찬하고 군주가 어떤 것을 싫어하면 곧 부화뇌동해 그것을 내치는 자들이라고 했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란 말처럼 사람이란 서로가 뜻이 맞으면 맞장구를 치고 생각이 다르면 잘못됐다고 서로 배척한다. 그래서 한비는 신하가 좋아하는 것을 군주도 덩달아 좋다고 하는 것을 동취(同取)라 하고 신하가 비난하는 것을 군주도 비난하는 것을 동사(同舍)라고 했다. 조직의 리더라면 부화뇌동해서는 안 되겠지만 분위기를 어느 일방적인 방향으로 몰아가려는 자들을 가려내는 혜안(慧眼)도 꼭 필요한 법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한자#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광자동주#축자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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