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곡 중에서 위령(慰靈) 미사에 사용하는 곡을 ‘레퀴엠’이라고 한다. ‘영원한 안식을’을 뜻하는 첫 부분의 라틴어 가사 ‘Requiem Aeternam’에서 온 말이다. 사랑하거나 존경하는 이가 세상을 떠났을 때의 슬픔을 풀어내는 장르로, 유럽에서는 인기가 많지만 합창단을 포함한 대규모 편성이 요구돼 국내에서는 자주 접하기가 어렵다. 순국선열의 넋을 기리는 6월을 맞아 서울과 경기 수원, 과천에서 잇달아 레퀴엠이 무대에 오른다.
과천시립교향악단(지휘 김경희)은 16일 오후 5시 경기 과천시 중앙동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에서 베르디의 레퀴엠을 선사한다. 소프라노 박미자,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강무림, 베이스 양희준이 솔리스트로 참여하며 과천시립여성합창단, 안산시립합창단, 수원시립합창단으로 연합합창단을 꾸렸다. 베르디는 존경하던 시인 알레산드로 만초니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레퀴엠을 작곡했다. 독창과 중창의 비중을 높이는 한편 관현악과 합창의 강렬하면서도 웅장한 울림으로, 종교음악의 전형성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독일 지휘자 한스 폰 뷜로는 ‘성직자 가운을 걸친 베르디의 최신 오페라’라고 비꼬기도 했다. 1만∼2만 원. 02-507-4009
수원시립합창단(지휘 민인기)은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을 선사한다. 19일 오후 8시 경기 수원시 경기문화의전당 행복한 대극장. 수원시립교향악단과 소프라노 한경미, 바리톤 정록기가 협연한다. 브람스는 이 곡을 완성하기까지 장장 13년을 악보와 씨름했다. 보통 레퀴엠은 전례의 식순에 따라 일정한 라틴어 가사를 쓰지만 브람스는 직접 선별한 독일어 성경의 구절을 조합했다. 종교의식보다는 ‘연주회용 종교곡’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5000∼2만 원. 031-228-2813∼6
서울시합창단은 29일 오후 7시 반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케루비니의 c단조 레퀴엠을 공연한다. 최승한 연세대 교수가 객원 지휘를 맡고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협연한다. 이 곡은 프랑스혁명 때 처형된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6세를 애도하기 위해 작곡했다. 베토벤이 ‘가장 위대한 작곡가’라고 추앙했던 대상도 바로 케루비니였다. 베토벤은 이 레퀴엠을 자신의 장례식 때 연주해 달라고 요청했다고도 한다. 낭만주의적 선율의 매력과 극적 효과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1만∼5만 원. 02-399-1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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