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행복한 예술 전투기 조종사’라고 불렀던 독립 큐레이터. 그는 단기필마로 세계 곳곳을 누비며 콧대 높은 미술관의 문을 두드려 아시아 미술을 알리는 전시를 기획했다. 일에 대한 욕심과 저돌적인 성격으로 세상과 불화를 겪기도 했으나 51세 나이로 그가 타계했을 때 한국 중국 독일 등 국내외에서 때 이른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추모행사가 이어졌다.
그는 바로 이원일 씨(1960∼2011)다. 재능 있는 작가를 발굴해 국제무대에 소개하는 데 앞장섰던 미술기획자는 중국 난징 비엔날레의 기획을 맡아 활동하던 중 지난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을 기억하기 위해 ‘원일 메모리즈―THE BROTHERS’전이 7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갤러리 세줄에서 열리고 있다.
세줄의 성주영 대표는 “곁에 있을 때 너무나 극성스럽게 일하는 모습에 일부에선 흉도 봤지만 가고 나니 얼마나 귀한 사람이었나 알겠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높다”며 “그와 인연을 맺은 작가들이 기증한 작품으로 전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참여 작가는 강애란 강운 노상균 오용석 이경호 이기봉 이길우 이이남 임영선 정영훈 하봉호 씨.
고인은 토탈, 성곡,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일한 뒤 바깥으로 눈을 돌려 상하이, 세비야, 타이베이 비엔날레 등에서 전시감독으로 일했다. 특히 2007년 독일 ZKM에서 아시아현대미술전 총감독을 맡아 그 역량을 국제적으로 평가받았다. 당시 예수로 분장하고 ‘마이웨이’를 부르는 그의 퍼포먼스 영상이 추모전에 선보여져 애잔한 여운을 남긴다. 02-391-917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