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정확한 통계야 내놓기 어렵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스마트폰에 요리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수시로 실천하는 남자, 음식점에 가도 입맛에 맞으면 재료를 묻는 남자도 늘었다.
요리학원에 가면 남녀 비율이 과거와는 크게 다르다. 10명 중 1명 있을까 말까 하는 수강생이 지금은 2, 3명, 그 이상이다.
남자가 주방으로 들어가면
이런 추세는 무엇 때문일까?
물론 금방 떠오르는 이유가 있다. 핵가족 맞벌이 시대로 완연하게 접어들면서 가사노동을 분담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거세다. 아내의 늦은 귀가, 외식에만 의지할 수 없는 자녀들의 저녁식사를 위해 아빠는 앞치마를 둘러야 한다.
때로는 요리재료 때문에 시장에도 가야 한다. 호박 1개의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삼겹살 시세는 어떤지, 간장 1L의 가격도 알게 되면서 진간장과 국간장의 차이도 느끼게 된다.
적어도 정상적인 가정의 남편이자 아빠라면 이제는 요리하는 것을 뛰어넘어 ‘건강한 가족을 위한 참살이 먹을거리’를 생각하게 된다.
식품을 구입하면서 칼로리를 생각하고, 화학조미료를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과 햄버거, 콜라가 왜 우리의 먹을거리에서 강도 높은 감시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
아빠 또는 남편이 만든 요리의 수준이 어떻든 이를 ‘맛없다’고 얘기하는 아내나 자녀는 없다.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서 어설픈 손놀림으로 요리하는 남편과 아빠 모습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렇게 어렵다던 가사분담이 이뤄지고, 아내와 자녀와의 소통기회가 많아진다.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여성보다 새로운 도전을 체질적으로 좋아하는 남성들은 요리를 하면서 또 다른 시도를 한다.
육수를 만들면서 전통적으로 사용돼 온 다시마 멸치 양파 대파에 새로운 재료를 넣거나 넣는 비율을 달리하기도 한다.
김치찌개를 싫어하는 자녀를 위해 찌개 위에 피자치즈로 토핑을 할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들어가자
매일매일 반복되는 아내의 가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아내의 요리 중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에 도전해 보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내가 당신보다 더 잘하지?”라고 자랑할 때 아내는 자존심은 뒷전이요, 행복해한다.
자녀와의 관계도 크게 달라진다.
아빠가 만든 음식, 아이들의 평가는 어떨까, ‘행복해요’라는 표정을 찾기 어렵지 않다. 아이들의 입맛을 고려하게 되면 아빠요리는 전통음식이 아닌 퓨전음식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즐겁고 건강한 식단이다. 집에서 하는 요리에 나쁜 재료나 화학조미료가 들어 있겠는가? 우리나라 외식업체의 93%가 다양한 종류의 조미료를 사용하고 있음을 명심하자.
남자들이 주방에 들어가면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양념만 달리해도, 재료만 바꿔도 달라지는 요리의 세계는 곧 창작이고 창조다. 그 오묘한 변화와 맛의 심도를 느낄 때 요리는 곧 무(無)에서 유(有)로의 창조임을 느끼게 된다.
시장에도 가보자. 요즘 제철 재료가 얼마나 많은가. 노지 오이와 항암 효과가 탁월하다는 가지, 그리고 각종 나물들…. 밥 지을 때 가지를 길게 2등분해 함께 넣으면 가지 밥이 된다. 표고버섯 홈에 찬밥이라도 눌러 넣고 계란 물에 살짝 찍어 프라이팬에 굽거나 치즈를 올려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표고버섯쌀밥전이나 표고버섯오븐구이가 된다.
궁금하면 인터넷도 좋고, 스마트폰에 의지해도 좋다. 서점에 가면 손쉬운 책이 널려 있다. 특급 호텔 최고주방장 이상의 요리비법과 실패·성공담이 모두 들어 있다. 거실에서 주방까지의 거리는 불과 1∼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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