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받고 싶어요” 서점가, 진보 떠나고 스님이 자리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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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9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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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논객이 주도했던 서점가를 스님이 대체하고 있다.

이른바 '김용민 막말' 사건,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 사태 이후 진보 인사들의 정치 사회 비판 서적이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밀려나고, 대신 위로와 성찰의 글을 담은 스님들의 책이 빈 자리를 채운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2월 첫째주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20위권에 들었던 '닥치고 정치'(김어준, 1위) '달려라 정봉주'(정봉주, 6위) '보수를 팝니다'(김용민, 14위) 등 '나는 꼼수다' 진행자들의 저서는 6개월 후인 이달 첫째주 상위 20위 순위에선 모두 사라졌다. 나꼼수 열풍을 일으킨 '닥치고…'는 1위에서 178위로 추락했다.

'정치 사회 분야' 순위를 보면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12월 첫째주엔 '닥치고…' '달려라…' '보수를…'이 1~3위를, '나는 꼼수다 뒷담화'(김용민) '조국 현상을 말한다'(김용민)가 4~5위를 기록했다. 야당 대선 주자인 문재인 의원의 '운명'과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도 6위와 7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달 첫째주 순위에서는 나꼼수의 진행자인 주진우 씨의 '주기자: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이 2위, '닥치고…'가 4위를 유지했을 뿐 나머지 책들은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정치 사회 분야 책들의 판매량도 6개월 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대신 베스트셀러 상위권 자리는 스님들의 에세이가 차지했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정목 스님의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가 3위, 법륜 스님의 '스님의 주례사'가 4위를 기록했다.

출판계와 서점가 관계자들은 지난 4·11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김용민 막말' 사건 이후 통합진보당의 부정경선 사태 등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진보 성향 사회 비판서의 판매 하락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김용민 씨의 책은 선거가 끝난 지난달 이후 종합 베스트셀러는 물론 정치 사회 분야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나꼼수 출연진 등 진보 인사들은 폭로와 투쟁만 강조할 뿐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악재가 연이어 터지자 독자로부터 외면을 받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스님들의 책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강한 주장과 다툼, 폭로가 난무한 국내 정치 상황에 실망한 독자들이 '골치 아픈' 정치 사회 분야의 책 대신 스님의 '힐링'(치유) 메시지에 위안을 얻으려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최세라 예스24 도서팀장은 "현실에 지친 독자들이 친근하게 위로하는 스님들의 책을 많이 찾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베스트셀러는 사회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올해가 대선의 해인만큼 다음 달로 예정된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저서 출간을 시작으로 정치 사회 분야 책이 다시 인기를 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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