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이슈]사람들은 왜 월요일만 되면 힘들어하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3일 03시 00분


사람들은 왜 월요일만 되면 힘들어하는가
주말에 망가진 생체리듬 탓… 출근 전 튜닝하라

직장인이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날은 언제일까? 정답은 월요일과 금요일. 금요일은 그렇다 쳐도, 월요일은 왜일까? 간단하다. 월요병 때문이다. 그만큼 직장인에게 월요일은 피곤한 날이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직장인이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날은 언제일까? 정답은 월요일과 금요일. 금요일은 그렇다 쳐도, 월요일은 왜일까? 간단하다. 월요병 때문이다. 그만큼 직장인에게 월요일은 피곤한 날이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일요일 밤>> 리모컨을 누른다. ‘개그콘서트’(KBS2)에 채널 고정. 정신없이 웃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흐른다. ‘개콘’이 끝나자 TV를 끈다. 점점 마음이 무거워진다. 괜히 가슴 한구석이 답답하다. ‘산책이나 좀 할까.’ 하지만 이내 생각을 접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침대에선 토끼 같은 아내가 아이 얘기로 신났다. 평소 같으면 귀를 기울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귀찮다. 적당히 들어주는 척만 하다 눈을 감는다. 그런데 잠이 안 온다. 30분쯤 뒤척이다 억지로 눈을 붙인다.

<<월요일 오전>> 눈이 번쩍 떠진다. 이런! 평소보다 30분 늦게 깼다. ‘알람 소리도 못 듣고 정신없이 자다니….’ 일어나려는데 뒷목이 뻐근하다. 헐레벌떡 준비한 뒤 집을 나선다. 차 열쇠를 챙긴다. 월요일엔 괜히 차를 몰고 가고 싶다. 몸도 무거운데 지하철에서 시달릴 생각까지 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리고 10분쯤 지났을까. 꽉 막힌 올림픽대로에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나를 발견한다. 항상 막히는 월요일. 알면서도 또 차를 가지고 나온 나 자신이 싫다.

지각을 한 탓에 사무실에 들어가는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자리에 앉지만 기분이 멍하다. 20분 동안 모니터만 뚫어지게 쳐다본다. 아무런 계획 없이 백지장을 꺼내 든 기분. 누구와도 얘기하고 싶지 않다. 그저 피곤하다. 이 기분, 저녁에 맥주 한잔으로 달래야겠다.

○ 월요병, 피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

많은 직장인과 학생이 매주 월요일만 되면 ‘병’에 걸린다. ‘월요병’ 말이다. 사전적인 의미로 월요병은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곤하고 무기력하게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국내 한 포털사이트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사직서’란 말이 가장 많이 검색되는 날이 월요일, 그것도 월요일 오전이라고 한다. 최근 영국 노퍽 노리치대 병원(네일 스탠리 박사팀)이 성인 3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60%가 일요일 밤에 숙면을 못한다고 답했다. 그중 25%는 수면 부족으로 월요병을 앓는다고 했다.

월요병은 당연히 지각과 연관이 크다. 영국의 한 설문조사 업체는 직장인 50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월요일에 지각을 한 경험이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독일 함부르크 경험사회학회의 조사도 눈길을 끈다. 여성의 42%, 남성의 36%가 직장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느낌을 월요일에 받는다고 답했다. 독일에선 ‘월요일의 자동차(Montagswagen)’란 말이 있다. 고장이 잦은 자동차 또는 물건을 일컫는데, 근로자들의 월요병 탓에 월요일에 만든 자동차는 부실하다는 뜻에서 나왔다.

많은 심리학자는 월요일에 우울증이 도질 확률이 특히 높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일까. 영국 통계청이 1993∼2003년의 자살 사건을 분석한 결과 자살한 남성의 16%, 여성의 17%가 월요일에 집중됐다. 이는 남녀 모두 전체 요일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 국내에서도 비슷하다. 지난해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최근 5년 군 자살사고 현황’에 따르면 2006∼2010년 발생한 395건의 자살 사고 가운데 73건(18.5%)이 월요일에 발생했다. 종교 때문에 한 주가 일요일에 시작되는 이스라엘에선 일요일에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논문 발표도 있다.

최근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오디닷컴’(Oddee.com)은 영국의 각종 통계를 바탕으로 ‘월요일에 관한 10가지 놀라운 사실’이란 기사를 게재했다. 그 가운데 특히 씁쓸한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월요일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오전 11시 16분 전까지 웃지 않는다 △월요일에 근로자들이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은 평균 3시간 반에 불과하다 △월요일엔 심장마비가 발생할 확률이 다른 날보다 약 20% 더 높다.

○ “주중 수준 회복하려면 최소 반나절”

대체 사람들이 월요병을 앓는 이유는 뭘까. 동아일보 주말섹션 ‘O2’는 19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연령대가 다른 직장인 3명을 만났다.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월요일이 싫다는 사람들. 그들의 입을 통해 월요병의 아픔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아보자.

이진(31·회사원)

주말만 되면 노는 계획으로 빡빡하다. 술을 워낙 좋아해 금요일과 토요일엔 밤새도록 마신 뒤 늦잠을 잔다. 그러다 보니 월요일엔 아침부터 몸이 무겁다. 새로운 세계에 온 기분이다. 보통 월요일 오후 2∼3시까진 정신이 몽롱하고, 누군가가 말을 걸면 괜히 짜증이 난다.

▶▶▶가천대 뇌과학연구소의 김영보 교수는 “월요병의 가장 큰 원인은 주말에 망가진 생체리듬이 월요일에 원상태로 돌아오지 못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주말의 ‘충격’으로 생체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일부에선 주말에 흔들린 몸 근육과 신경의 주기가 다시 주중 수준으로 맞춰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최소 반나절 이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재미있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독일의 한 온라인상거래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8명 가운데 1명은 주말을 보낸 뒤 사무실에 출근했을 때 심지어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김진영(45·회사원)

지금 나는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위치에 있다. 정신적인 압박감이 커지면서 언제부턴가 주말에 쉴 때도 회사 일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업무에 대한 부담감은 일요일 오후 11시쯤 극에 달한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이 되면 ‘이번 한 주는 어떻게 버틸까’란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채널A 영상] 수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 안 된다?

▼ 일요일엔 자정 전에 잠자리, 월요일엔 아침 든든히 먹고 출근을 ▼

▶▶▶월요병은 ‘스트레스 적응장애’의 한 증상이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심리적 긴장감은 몸을 경직시킨다”며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두통, 우울증 등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일간 텔레그래프는 2008년 호주 시드니대와 한 마케팅 전문 회사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명을 대상으로 일주일 가운데 가장 우울한 날을 꼽아 달라고 했다. 이에 응답자 대부분이 꼽은 날은 월요일. 하지만 이후 350명을 대상으로 실제 각 요일에 느낀 기분을 알려 달라고 하자 그들이 가장 우울하다고 꼽은 날은 수요일이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월요일에는 심리적 부담 때문에 스트레스를 실제 상황보다 더 크게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월요병의 중요한 요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심명재(가명·52·공무원)

주말이라고 밤늦게까지 뭘 하거나 늦잠을 자진 않는다. 출근할 때와 비슷한 시간에 자고 일어난다. 월요일이라고 딱히 업무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월요일은 힘들다. 이유를 모르겠다.

▶▶▶월요병을 앓는 이유는 다양하다. 독일 작가 슈테판 클라인은 월요병에는 ‘죄수심리’가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이 자유롭게 시간을 지배할 수 있는 상태일 때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월요일은 이틀 동안의 자유 시간이 끝나고, 다시 자신을 구속해야 하는 시점이기에 고통이 최대가 된다.

일본의 경영컨설턴트 나카지마 다카시는 그의 저서 ‘일의 80%는 월요일에 끝내라’(21세기북스·2007년)에서 “수첩을 꺼내보라. 월요일은 한 주가 시작되는 날이다. 일의 80%를 월요일에 끝내라”고 강조했다. 모든 일이 시작되는 월요일을 잘 보내야 한 주 동안 체계적으로 일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월요 강박관념’이 오히려 월요병을 부추긴다는 주장도 있다. 월요일의 생산성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직장 상사의 스트레스가 커지고, 그 스트레스가 그대로 아랫사람에게 전이돼 월요병이 확산된다는 설명이다.

○ 월요병 퇴치 10계명


최근엔 외국계 기업을 중심으로 월요일 재택근무가 유행하고 있다. 직원들의 월요병을 없애려는 노력이 반영된 결과다.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퍼지는 ‘펀(fun) 경영’의 핵심도 월요일 근무를 즐겁게 만드는 데 있다. 월요일 오전에 직원들이 편하고 즐거운 시간을 공유하게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여주자는 취지다.

어쨌든 월요병은 없앨수록 좋다. 다음은 ‘O₂’가 여러 전문가의 조언을 종합해 만든 보너스, ‘월요병 퇴치 10계명’이다.

일요일엔…

① 낮 시간에 운동을 하라.
② 자정 전에 꼭 잠자리에 들라.
③ 커피보단 녹차를 마셔라.

월요일엔…


④ 아침을 특히 든든하게 챙겨 먹어라.
⑤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어라.
⑥ 30분 일찍 출근하라.
⑦ 다른 사람에게 먼저 인사하고, 편한 사람과 수다를 떨어라.
⑧ 머리를 쓰는 일보단 단순 노동, 소모적인 일을 먼저 해라.
⑨ 햇볕을 받으며 많이 걸어라.
⑩ TV 프로그램, 음식, 취미활동 등 무엇이든 좋다. 월요일에 즐길 수 있는 ‘행복한 한 가지’를 만들어라.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월요병#주말#생체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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