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대혁명 당시 사형집행인의 이야기를 소설처럼 엮어낸 예사롭지 않은 논픽션이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는 물론이고 역사의 격랑 속에서 혁명 지도자의 목까지 떨어뜨린 샤를 앙리 상송. 대문호 발자크가 그의 일대기를 썼을 정도로 프랑스에서는 유명한 인물이다. 저자는 그와 그의 가문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씨줄 삼아 루이 15세와 16세의 통치기를 사형집행인의 관점에서 재현했다.
사람들은 사형집행인을 ‘파리아(pariah)’로 부르며 불가촉천민처럼 취급했다. 마을에서 떨어진 외딴곳에서 격리된 채로 살아야 했고, 사형집행인이 사는 곳이라는 표시로 외벽은 온통 붉은 칠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역사의 한가운데 있었다. 프랑스를 떠들썩하게 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걸이 스캔들에서 목걸이를 가로채려는 사기극을 꾸민 라모트 백작부인의 상의를 벗겨 내고 직접 태형을 가한 뒤 ‘도둑’을 상징하는 ‘v’자를 인두로 어깨에 지진 당사자였다. 국왕 암살 미수사건의 주모자 다미앵의 능지처참형, 혁명의 전조였던 바스티유 사형수 구출사건, 인도적인 처형 기구 기요틴의 탄생 때도 그는 그 자리에 있었다. 그의 가문에는 이런 사건들에 관련된 기록이 전해진다. 이 기록에 따르면 루이 16세도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사형장에서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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