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자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와이어드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미국 최상의 기술자임을 알게 될 것이며 그야말로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를 이을 만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책은 아마존닷컴의 창시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48)의 삶과 경영 방식에 집중한다. 잡스, 게이츠에 비해 국내에 덜 알려졌지만 인터넷 쇼핑 체계를 중심으로 세계 IT 지도를 재편한 거물이다. 아마존닷컴 서비스와 킨들 시리즈가 덜 보급된 한국의 독자에게, 해외 IT 생태계에서는 이미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CEO를 본격적으로 소개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야기는 흥미로운 장면으로 시작된다. 베조스는 아마존닷컴 설립 두 달 뒤인 1994년 9월 22일, 미시시피 주 옥스퍼드의 오프라인 서점 운영자 리처드 호워스의 서점 창업 강좌를 듣는다. 서점의 실수로 더럽혀진 고객의 차를 직접 닦아준 호워스의 서비스 이야기에 크게 감동받은 베조스는 이를 아마존닷컴의 대량 온라인 고객서비스의 모태로 삼는다. 그날 강사였던 호워스는 훗날 “(온라인으로 일하는) 베조스는 고객의 자동차를 직접 닦아준 경험이 한 번도 없을 것”이라며 투덜댔다.
책은 아마존닷컴 고객서비스 부서 직원들의 살인적인 업무량을 미화하지 않는다. 프린스턴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베조스를 다소 냉철하고 신경질적인 존재로 묘사한다. 어려서부터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했으며 부하 직원의 면전에서 화를 내고 손을 내젓는 다혈질 상사이자 가혹한 경영자라 평하기도 한다. 베조스는 개인 시간을 들여 일하는 프로그래머에게 월급 인상분 대신 중고 나이키 운동화를 주고, 고객 e메일이 밀린 서비스 부서에 메일 1000건당 현금 보너스 200달러를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제프 베조스 리더십의 비밀을 ‘고객을 우선으로 생각하기’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때까지 끊임없이 창조하기’ ‘장기적 시각으로 바라보기’ ‘늘 처음처럼의 마인드 갖기’의 네 가지로 압축 분석하며 좋은 경영인의 본보기로 제시한다.
잡스만 한 대중성이나 신화적 캐릭터의 매력이 적은 베조스의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 이야기에 할애한 적잖은 분량이 지루하지만, IT사업을 구상하는 이들에게는 선구자의 길을 걸은 그가 세계적 ‘닷컴’을 세운 스토리 자체가 참고서가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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