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따스한 손, 노동자의 땀이 밴 손 ‘면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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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6일 03시 00분


■ 섬유예술가 정경연 씨 개인전 - 홍익섬유전

면장갑과 영상을 결합한 정경연 씨의 ‘하모니’ 연작.
면장갑과 영상을 결합한 정경연 씨의 ‘하모니’ 연작.
‘장갑작가’로 알려진 섬유예술가 정경연 씨(57·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장)에게 면장갑은 단순한 소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30년 가까이 장갑을 모티브로 삼아온 그에게 장갑은 평생 화두이자 도반이다.

섬유미술을 근간으로 하면서도 그 틀에 머물지 않고 설치 판화 영상 조각 등 장르를 넘나들며 실험적 작업을 펼쳐온 작가는 요즘 마음이 바쁘다. 3년 만에 신작을 선보인 어울림전(7월 5일까지 서울 서초구 반포본동 동서아트갤러리)을 개막한 데 이어 섬유미술의 새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큰 전시를 기획한 것이다.

그는 만나자마자 개인전에 앞서 학부생부터 동료 교수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어우러진 ‘2012 오늘의 홍익섬유미술기획초대전’에 대한 얘기부터 꺼낸다. “섬유미술을 이끌어온 세대와 미래를 이끌 세대까지 20∼60대 작가 75명이 모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섬유예술이 꽃피울 때 디자인과 산업도 함께 발전한다. 섬유미술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불안한 미래로 인해 고민하는 젊은 인재를 격려할 때다.”

다양한 연령대의 작품이 한데 평가받는 전시인지라 그는 제자보다 못한 스승이 안 되도록 더욱 노력하고 자극받고 싶다고 말했다. “유학시절 어머니가 보내준 장갑에서 시작된 작업은 어머니 사랑을 상징하는 동시에 노동자부터 대통령까지 차별하지 않는 손의 평등사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면장갑이 상징하는 노동자의 땀과 수고를 떠올리며 그 역시 작업에 수행적 노동을 개입시킨다. 장갑에 솜을 집어넣는 작업을 하다 보면 나중엔 손가락이 구부러지지 않는다. 이렇게 탄생한 작업은 공예의 맥락을 과감하게 벗어난 섬유조형의 세계를 펼쳐낸다. 어울림전에선 장갑과 영상을 결합한 ‘하모니’를 비롯해 판화와 입체, 청동조각을 아기자기하게 선보였다. ‘오늘의 홍익섬유미술전’은 동서아트갤러리(7월 7∼19일)와 한전아트센터(7월 14∼19일)에서 열린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미술#전시#정경연#홍익 섬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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