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성 전문기자의&joy]미리 가본 무주 백운산 태권도원(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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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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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무예 보금자리에 무도한류의 ‘원’을 세우다

전북 무주 백운산 자락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태권도원(園)’의 태극경기장. 지하 2층, 지상 4층에 관람석 4540명 규모로 메인 코트만 6개에 이른다. 이 밖에도 일반 선수 1000여 명, 사범 350여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태권도연수원을 비롯해 한옥 명인관, 명예의 전당, 태권도체험관 등이 231만4213m²(약 70만 평)의 터에 우뚝우뚝 올라가고 있다. 한마디로 태권도 한류의 보금자리이며 전 세계 7000만 명에 이르는 태권도인의 성지가 세워지고 있는 것이다.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날아라 날아 태권 브이/정의를 위해 키운 로보트태권/이 세상에 당할자 있을까 보냐/멋지다 신난다 태권 브이 만만세/무적의 우리 친구 태권 브이’ 무주=서영수전문기자 kuki@donga.com
전북 무주 백운산 자락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태권도원(園)’의 태극경기장. 지하 2층, 지상 4층에 관람석 4540명 규모로 메인 코트만 6개에 이른다. 이 밖에도 일반 선수 1000여 명, 사범 350여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태권도연수원을 비롯해 한옥 명인관, 명예의 전당, 태권도체험관 등이 231만4213m²(약 70만 평)의 터에 우뚝우뚝 올라가고 있다. 한마디로 태권도 한류의 보금자리이며 전 세계 7000만 명에 이르는 태권도인의 성지가 세워지고 있는 것이다.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날아라 날아 태권 브이/정의를 위해 키운 로보트태권/이 세상에 당할자 있을까 보냐/멋지다 신난다 태권 브이 만만세/무적의 우리 친구 태권 브이’ 무주=서영수전문기자 kuki@donga.com

나는 발이지요.
고린내가 풍기는 발이지요.
하루 종일 갑갑한 신발 속에서
무겁게 짓눌리며 일만 하는 발이지요.
때로는 바보처럼
우리끼리 밟고 밟히는 발이지요.

그러나 나는,
삼천리 방방곡곡을 누빈 대동여지도
김정호 선생의 발.
아우내 거리에서 독립만세를 외쳤던
유관순 누나의 발.
장백산맥을 바람처럼 달렸던
김좌진 장군의 발.
베를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의 발.

그러나 나는,
모든 영광을 남에게 돌리고
어두컴컴한 뒷자리에서 말없이 사는
그런 발이지요.

-권오삼의 ‘발’ 전문
태권도는 ‘발의 예술’이다. ‘맨발의 무예 춤’이다. 앞차기, 옆차기, 뒤차기, 찍어차기, 돌려차기, 뒤후리기…. 발짓은 직선이다. 하지만 그 직선이 때로는 풍차처럼 붕붕 돌고, 갈고리처럼 굽혀 찍는다. 태권고수의 발은 통통 튄다. 때론 바람처럼 빠르고, 때론 그 파괴력이 바위를 부숴버릴 듯 엄청나다. 발엔 눈이 달려 있다. 전후좌우 사방 어디든 안 닿는 곳이 없다. 상대 머리 위에 놓인 사과도 눈 깜짝할 새 산산조각 내 버린다.

오늘 상량식, 내년 9월 문열어

민족무예 태권도의 보금자리 ‘태권도원(園)’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전북 무주 백운산(1010m) 자락 231만4213m²(약 70만 평)의 터에 총면적 7만650m²(약 2만2000여 평)의 건물이 우뚝우뚝 올라가고 있다. 2010년 1월 첫 삽을 뜬 이래 마침내 오늘 상량식을 갖는다. 6월 말 현재 공정은 43%. 연말까지 외장공사 등 76%까지 공사를 진행하고 내년 9월 문을 연다. 투입비용만 자그마치 민자 포함 총 6000여억 원. 중국 쿵후의 본산 소림사나 일본 사무라이의 고향 무사마을이 전혀 부럽지 않다.

전 세계 태권도인구는 202개국에 걸쳐 7000여만 명으로 추산된다. 10만여 해외태권도장에서 배출한 초단 이상 유단자만도 80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의 꿈은 종주국 한국에 가서 태권수련을 해보는 것. 하지만 그동안 한국에는 그럴 만한 도장조차 없었다. 종주국 태권전당에서 도복을 입고 마음껏 발차기를 해보고 싶어도 가는 곳마다 실망하기 일쑤였던 것. 오죽하면 해외도장의 한국인 사범들이 ‘낯이 뜨거워 제자들을 데리고 갈 수 없다’고 하소연했을까.

올림픽 종목도 아닌 쿵후의 소림사에 한 해 500만 관광객이 찾는 것과 비교가 된다. 입장료 수익만 해도 엄청나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승려들의 무술시범도 주요 수입원이다. 100개에 이르는 소림사 주변 무술학교도 번창하고 있다. 소림무술은 이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세계적 브랜드가 된 지 오래다.

태권도원의 원래 출발 이름은 ‘태권도공원’. 하지만 ‘공원(Park)’이 주는 어감이 아무래도 태권도의 ‘道(도)’와 맞지 않아 ‘태권도원(園)’으로 이름을 바꿨다. 태권도원은 관중석 4540석 규모의 태극경기장을 비롯해 체험관, 연수원, 연구소, 한옥 명인관, 명예의 전당, 명예의 공원, 전망대 등으로 이뤄진다. 외국 태권도연수생들이 오더라도 얼마든지 그들이 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다. 상설 시범공연장도 있다.

태권 고수의 발은 울퉁불퉁 험하다. 관절마다 우둘투둘 소나무의 옹이가 박였다. 발등은 솥뚜껑처럼 두껍다. 발톱은 새까맣게 피멍이 들었다. 발바닥은 가뭄의 논바닥처럼 갈라졌다. 그 발로 이 세상에서 가장 절도 있는 춤을 춘다. ‘으랏차차! 멋지다 신난다! 태권브이 만만세! 무적의 우리 친구 태권브이! 용감하고 씩씩한 우리의 친구!’

배종신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은 “태권도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따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젠 단순한 무도를 뛰어넘어, 하나의 한류문화로 업그레이드돼야 한다”고 말한다.

태권도는 예(禮)에서 시작해서 예(禮)로 끝난다. 예가 빠지면 그것은 곧 싸움이다. 무도(武道)의 ‘무(武)’는 싸움을 뜻하는 ‘창(戈)’과 ‘그침(止)’의 합성어다. 바를 ‘정(正)’자도 어느 ‘선(一)’에 가면 ‘멈출(止)’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을 품고 있다. 싸움을 하지 않고 이기는 것, 그것이 바로 무예요 태권도이다. 태권도의 발짓은 사랑, 배려, 관용의 신호인 것이다.

‘이렇게 발 뻗으면 닿을 수도 있어요 당신은 늘 거기 계시니까요/한번 발 뻗어보고 다시는 안 그러리라 마음먹습니다/당신이 놀라실 테니까요/그러나 내가 발 뻗어보지 않으면 당신은 또 얼마나 서운해 하실까요/하루에도 몇 번씩 발 뻗어보려다 그만두곤 합니다’

-이성복의 ‘발’ 전문


덕유산 구천동계곡 33경

‘향기 가득한 봉우리’ 덕유산 향적봉.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 가야산, 황매산, 무룡산 등이 아슴아슴하다.
‘향기 가득한 봉우리’ 덕유산 향적봉.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 가야산, 황매산, 무룡산 등이 아슴아슴하다.

무주는 한반도의 허리다. 충청 전라 경상도가 만나는 삼도봉(三道峰)이 바로 여기에 있다. 화랑도들이 심신을 닦았던 덕유산(德裕山)은 태권도원에서 지척이다. 덕이 많고, 너그러워 태권도정신이 듬뿍 깃든 땅이다. 뭇 생명들을 따뜻하게 품는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에도 수많은 사람이 덕유산으로 스며들어 생명을 유지했다. 왜군들은 덕유산을 그냥 지나쳤다. 왜군이 덕유산으로 들어오려 할 때마다 안개와 구름이 짙게 일어 어찌해 볼 수가 없었다.

구천동 계곡은 덕유산 중에서도 가장 구불구불하고 긴 골짜기이다. 전설에 따르면 ‘9000명의 스님이 깨달음을 얻은 곳’이다. ‘9000명의 스님이 머물렀다’는 뜻의 ‘구천둔(九千屯)’이 오늘날 ‘구천동’이 됐다는 것이다. 무주 설천면의 ‘설천(雪川)’도 9000명의 스님들이 밥을 지을 때마다 쌀뜨물이 시냇물을 하얗게 만들어서 그랬다는 것.

다른 의견도 있다. 구천동 계곡의 굽이가 9000굽이라서 그렇게 불렀다는 설이다. 구천동은 옛 신라와 백제의 경계 관문이었던 나제통문(羅濟通門)에서부터 덕유산 으뜸봉우리인 향적봉까지 25km를 말한다. 산꼭대기에 쏟아진 빗물은 구절양장 구불구불, 돌고 돌아 금강으로 흘러들어간다.

구천동 계곡엔 33곳의 빼어난 경치 ‘33경(景)’이 있다. 제1경이 나제통문이고 32경이 백련사, 마지막 33경이 향적봉이다. 수성대, 추월담, 만조탄, 수심대, 파회, 세심대, 수경대, 월하탄, 인월담, 사자담, 비파담, 구월담, 이속대….

덕유산은 보통 구천동 계곡의 삼공탐방지원센터에서부터 오르기 시작한다. 계곡을 따라 산책하듯 느릿느릿 걸으면 된다. 왼쪽 아스팔트길(저전거길)보다는 오른쪽 자연관찰로가 호젓하다.

향적봉(1614m) 오르는 길은 실제 백련사에서부터 시작된다. 산길로 2.5km의 거리. 향적봉(香積峰)은 ‘향기 가득한 봉우리’이다. 주목나무 향이 진하다. 가야산, 황매산, 중봉, 지리산 천왕봉, 무룡산, 삿갓봉, 남덕유산, 서봉, 대둔산, 계룡산, 적상산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산 뒤엔 산이 주름지어 서 있다. 산 첩첩, 눈 아슴아슴하다.

향적봉에서 곤돌라가 있는 설천봉(1520m)까지는 20분 거리이다. 남덕유쪽으로 가려면 중봉(1594m)으로 가야 한다. 중봉에서 보는 덕유산도 장관이다. 노약자들은 아예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이른 뒤 향적봉으로 향한다. 향적봉에서 경치를 감상한 뒤 다시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다.
■ ‘반디랜드’

곤충박물관엔 반딧불이 등 2천종 표본 전시

전 세계 2000여 종의 곤충 표본이 전시돼 있는 곤충박물관.
전 세계 2000여 종의 곤충 표본이 전시돼 있는 곤충박물관.
‘가자 가자 가자/숲으로 가자/달 조각 주우러/숲으로 가자.//그믐밤 반딧불은/부서진 달 조각/가자 가자 가자/숲으로 가자/달 조각 주우러/숲으로 가자.’

-윤동주 ‘반딧불이’

반딧불(Firefly)은 무주의 아이콘이다. 16일 끝난 무주반딧불축제는 이제 전국 유일의 환경테마 축제로 유명하다. 실제 파파리반딧불이, 애반딧불이, 늦반딧불이가 살고 있는 무주 일대가 천연기념물(제322호)로 지정돼 있다. 반딧불이는 세계적으로 2000여 종, 우리나라 8종 가운데 무주에 3종이 산다.

태권도원 부근에는 ‘곤충의 나라’ 반디랜드가 있다. 곤충박물관, 천문과학관, 자연학교, 반딧불이 생태복원지, 온실 등이 갖춰졌다. 곤충박물관에선 다리가 4개인 워커리하늘소, 자웅동체 데모레우스호랑나비, 자웅동체 세리세우스사슴벌레, 변이개체 세르빌레호랑나비, 나뭇잎나비, 부엉이나비, 대벌레 등 희귀곤충을 볼 수 있다. 전 세계 2000여 종, 1만3500마리의 곤충표본, 150여 열대식물이 전시돼 있으며, 나비와 곤충으로 만든 곤충나무가 눈길을 끈다. 입구 앞마당에선 전 세계 100여 개밖에 없는 천연기념물 ‘꽃돌이 박혀 있는 암석’ 구상화강편마암(球狀花崗片麻巖)도 볼 수 있다. 063-324-1155
■ 머루와인 동굴

머루와인 2만병 579m 굴 안 저장고 가득 메워


무주 산머루 와인을 숙성 저장 판매하는 와인동굴. 동아일보DB
무주 산머루 와인을 숙성 저장 판매하는 와인동굴. 동아일보DB
머루(Wild Grape)는 야생포도다. 야생포도는 무주 같은 고원지대(900m)에서 잘 자란다. 일교차가 커서 과일의 당도가 높다. 무주 산머루는 일반 포도보다 알이 작고 껍질이 두꺼워 와인양조에 안성맞춤이다.

무주엔 기가 막힌 인공 머루와인동굴이 있다. 무주 산머루와인을 숙성하고 저장 판매하는 곳이다. 가을이면 ‘붉은 치마를 두른 것’처럼 물드는 적상산(1034m) 중턱(해발 400m)에 뚫린 굴이다. 무주양수발전소 건설(60만 kW 용량·1995년 준공) 당시 작업터널로 쓰던 것을 리모델링한 것.

양수발전이란 아래쪽 저수지의 물을 위쪽 저수지로 끌어올려 저장해뒀다가, 그 저장된 물을 아래 저수지로 떨어뜨려 발전하는 방식이다. 즉 적상산 꼭대기 부근(875m)에 위쪽 저수지가 있고, 아래 저수지는 해발 275m 지점에 있다. 와인동굴은 그 당시 작업을 하기 위해 위아래 저수지 가운데 옆구리를 파고들어간 흔적이다. 발전시설은 지하에 있다(양수발전홍보관 063-324-3665).

동굴은 너비 4.5m, 높이 4.7m, 길이 579m. 기온이 섭씨 12도 안팎으로 늘 일정하다. 머루와인 2만여 병이 동굴 양쪽 나무저장고에 누워있다. 누구나 들어와서 시음할 수 있고, 직접 살 수도 있다. 장기보관도 가능하다.

머루와인은 샤또무주, 산들벗 레드 펄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가격은 1병에 1만8000∼2만5000원. 와인동굴에선 20∼30% 싸게 살 수 있다. 와인동굴은 11∼2월엔 오전 11시∼오후 4시, 3∼10월엔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매주 월요일은 문을 닫는다. 063-322-5931.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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