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최인호(67·사진)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7월 1일자 ‘서울주보’의 ‘말씀의 이삭’ 코너에 ‘바로 지금이 그때이다’란 글을 실으며 5개월 만에 연재를 재개했다. 2008년부터 침샘암으로 투병해온 작가는 1월부터 9주간 같은 지면에 감동적인 암투병기를 실어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서울대교구의 간곡한 요청으로 재개된 이번 연재는 9월 30일까지 14주간 이어진다. 삶과 종교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아낼 예정이다.
이번 회에선 투병 얘기는 전혀 담지 않았다. 글은 시베리아에서 최근 발견된 꽃 ‘실레네 스테노필라’의 얘기로 시작된다. 패랭이꽃과의 일종인 이 꽃은 얼음 속에 묻혀 있던 씨앗 형태로 3만2000년을 보낸 뒤 최근 연구자들의 도움으로 꽃을 피웠다.
“3만2000년 만에 태어난 ‘스테노필라’는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의 신비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과 역사와 문명 따위는 저 한 송이의 꽃에 비하면 존재하지도 않는 거짓 환상일 뿐입니다. 저 꽃은 천지창조 이전부터 ‘사람’을 사랑하신 하느님께서 보여주신 영광입니다.”
작가는 “그대와 나 우리 모두는 부모들이 태어나기 전의 ‘한 처음’으로부터 온 ‘사람’의 씨앗이며, 하늘과 땅이 갈라지기 전의 창세기로부터 온 ‘사람’의 열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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