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조용하고 차분한… 내향적인 사람이 결국 세상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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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30일 03시 00분


◇콰이어트/수전 케인 지음·김우열 옮김/480쪽·1만4000원·알에이치코리아

“지능지수는 투자의 성공 비율과 큰 관계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투자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기질이죠.”

전설적인 투자가이자 세계 최고의 부호인 워런 버핏의 말. 그는 주위 사람들이 흥분할 때 오히려 조심스러워진다. 조용하고 민감한 성향으로 경고 신호를 신중하게 파악해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주들에게 수십 억 달러를 안겨줬다.

애플의 공동창립자인 스티브 워즈니악도 스스로 수줍고 생각이 많은 성격이라고 말한다. 혼자 일할 때 혁명적이고 특색 있는 상품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디와 아인슈타인, 고흐 모두 조용하고 이지적인 성격으로 알려졌다.

요즘 사회에서 내향적인 성격은 단점으로 통한다. 내성적인 아이들은 ‘건강하지 못한 문제아’로 분류되기도 한다. 세상은 왜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할까. 조용한 책벌레 소녀였던 저자가 품었던 의문이다. 그는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우등생으로 졸업했다. 기업과 대학에서 협상기법을 가르치는 변호사로 일하며 성격이 직업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낀 뒤, ‘내향성이 얼마나 위대한 기질인지’ 증명해보이기 위해 7년간 심리학 유전학 뇌과학을 파고들었다.

생리적으로 자극이 과하지 않은 환경을 좋아하는 성격이 있다. 감각 정보를 받아들여 뇌와 신경계에 전달하는 기관인 편도체가 얼마나 자극에 민감한지가 개인의 성향에 영향을 끼친다. 자극을 잘 받는 고반응성 편도체를 지닌 아이들은 외부 환경을 더 많이 경계하는 내향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일상의 경험들을 세세하게 구분하고 집중력이 높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두세 명 중 한 명은 내향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조용하고 우울한 기질이 철학, 시, 예술 부문과 관계가 깊다고 했다. 17세기 영국 시인 존 밀턴과 19세기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도 내향적인 사람들을 ‘지적인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내향적인 사람들이 통찰과 몰입에 유리하고 세상의 자극에 민감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20세기 초 제2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도시에 몰려들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외향성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낯선 이들과 협력하거나 경쟁하려면 말하는 능력과 첫인상, 적극성은 필수불가결한 무기가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해졌고, 사교적이고 큰 목소리, 빠른 결정을 내는 리더들을 위한 자기계발 워크숍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저자는 산업사회의 과다 경쟁이 낳은 ‘외향성 이상주의’의 부작용을 꼬집으며 창의성이나 효율이 중요하다면 혼자서 일하도록 내버려두라고 조언한다. 외향성을 강요하는 사무공간이 높은 이직률로 이어진다는 통계도 제시한다. 침묵과 고독 같은 내향적 가치가 수준 높은 상품개발이나 생산 효율성 제고에 유리하다는 것. 창의력을 중시하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픽사는 단독 작업공간이나 편안한 회의실 등 내향적인 이들을 위한 공간을 충분히 배려하고 있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책의 향기#실용기타#콰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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