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답한다]토층 쌓인 순서나 방사성탄소 측정하면 ‘유적 나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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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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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최근 강원 고성군 문암리 유적에서 5000여 년 전 신석기시대 밭 유적이 발굴돼 화제가 됐다. 유물이나 유적의 절대연대는 어떤 방법으로 측정할 수 있나? 》
홍형우 문화재청 국립문화재 연구소 고고연구실 학예연구관
홍형우 문화재청 국립문화재 연구소 고고연구실 학예연구관
고고학에서 연대를 결정하는 방법은 상대연대결정법과 절대연대결정법으로 나뉜다. 상대연대결정법은 주로 고고학적 자료의 선후관계를 밝히는 방법으로, 토층이 쌓인 순서를 보는 층서법(層序法)과 유물의 형식을 비교하는 형식학적 방법 등이 있다.

문암리 유적의 밭을 신석기시대의 것으로 보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하층 밭을 파고 5호 집자리가 조성된 것이 토층 상에서 뚜렷이 관찰된 점이다. 이는 하층 밭이 먼저 조성된 이후 5호 집자리가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 상대연대결정법 중 층서법을 응용한 것이다. 또 5호 집자리의 연대는 내부 바닥에서 발굴된 빗살무늬토기 조각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조각들은 약 5000년 전 신석기시대 중기의 것으로 평가된다.

절대연대결정법은 자연과학적 방법을 쓴다. 현재 고고학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절대연대측정법은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이며, 문암리 유적과 같이 모래에 이뤄진 유적의 경우 광자극 냉광(Optically Stimulated Luminescence·OSL)연대측정법도 사용한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은 방사성탄소(C14)를 이용하는데, 이를 개발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윌러드 리비의 이론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모든 생물체는 호흡을 통해 이산화탄소(CO₂)를 내뱉고 받아들이는데, 이때 CO₂에 포함된 모두 C14도 같이 호흡한다. 생물체가 죽으면 호흡을 중지하게 되어 그때부터 C14의 교환이 중단되고 내부에 축적된 C14는 붕괴하면서 그 수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따라서 남아있는 C14의 농도를 측정하면 그 생물체의 죽은 연대를 계산해 낼 수 있다. 문암리 유적의 경우 집자리와 주변 야외 아궁이에서 발견된 목탄을 시료로 방사성탄소연대를 측정했다. 향후 조와 같은 탄화된 곡물이 더 발굴된다면 재배된 곡물의 더욱 정확한 연대를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암리 유적에서는 OSL연대측정법도 쓰였다. 석영, 장석과 같은 무기질 결정의 냉광(冷光·luminescence) 현상을 이용해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냉광이란 무기질 결정이 외부에서 어떠한 형태의 에너지를 받아 흡수된 에너지를 빛으로 바꿔 외부에 방출하는 물리적 현상이다. 예를 들어 햇빛으로부터 격리되어 땅속에 퇴적되어 있던 모래(석영입자)에 열을 가하거나 빛으로 여기(勵起·excited)하면 냉광을 방출한다. 이때 방출되는 냉광의 양을 측정하면 모래가 퇴적된 연대를 알 수 있다. 열에 의해 방출되는 냉광을 열냉광, 빛의 여기에 의해 방출되는 냉광을 OSL이라 한다. OSL연대측정법은 토기, 기와, 가마벽체 등 고고유물뿐 아니라 논이나 밭 경작층 등과 같은 자연퇴적층에도 매우 유용하다.

질문은 e메일(jameshuh@donga.com)이나 우편(110-715 서울 종로구 세종로 139 동아일보 문화부 ‘지성이 답한다’ 담당자 앞)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홍형우 문화재청 국립문화재 연구소 고고연구실 학예연구관
#문암리 유적#신석기시대#절대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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