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자가 직접 손으로 적은 김민기의 ‘아침이슬’,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 악보 등 1960∼90년대 음반 사전심의에 쓰인 자료 15만8000여 점이 공개됐다.
5일 국립중앙도서관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1996년 당시 문화공보부 산하 한국공연윤리위원회(공윤)가 음반 사전심의제도 폐지에 따라 그때까지 심의에 쓰였던 악보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한 것이다. 도서관은 이 자료들을 지하 5층 서고에 보관해왔다.
자료 중에는 작곡가들의 친필 악보와 등사본 등이 포함돼 있다. ‘가(可·통과)’나 ‘개작(改作)’ 등의 글씨가 붉은 사인펜으로 쓰여 있거나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아침이슬’) 등 문제의 소지가 있는 가사에 밑줄이 그어져 있는 악보가 많다. 정태춘의 ‘시인의 마을’은 ‘숨가쁜 벗들의 말발굽 소리’라는 가사가 ‘숨가쁜 자연의 말발굽 소리’로 수정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팬들의 대규모 음반 사전심의제 폐지 운동을 촉발시킨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은 처음 제출한 가사가 삭제된 채 음표만 있는 악보에 ‘가’ 판정이 내려져 있다.
노래 제목 ‘가나다’순으로 정리된 악보들은 현재 410개의 박스에 담겨 총길이 168m에 이르는 서가에 보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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