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에트르는 등에 붙은 파리와 입 안 가득 물고 있는 풀을 부끄럽게 여긴다. 울안에 갇힌 그는 무력하지만 자유를 갈망한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풀을 뜯고 몰이를 당하는 다른 소와 달리 농장 안에서 유일하게 ‘생각하는 존재’다. 그는 다른 소들이 들어간 뒤 돌아오지 않는 자작나무로 만든 건물이 넓은 세상을 향한 탈출구라고 믿는다. 하지만 건물에 도착한 그는 끔찍한 현실과 마주한다. 건물은 그가 사랑한 유일한 암소를 비롯해 소들이 한번 들어가면 살아나오지 못하는 도살장이었다. 그는 자기 송아지를 데리고 울타리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지만 쉽지 않다. 동료 소들에게 위험을 알리지만 이들은 귀를 막는다.
어른들을 위한 우화다. 아무 생각 없이 돈과 욕망을 좇아 하루하루 쳇바퀴를 돌리는 현대인들의 뒤통수를 때린다. 오직 울타리 안의 먹이와 안온한 일상에 길들여진 소의 삶이 우리의 그것과 과연 다른가 묻는다. 주어진 삶에 익숙해지는 잔인한 운명을 거부해 보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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