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73>약법삼장(約法三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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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1일 03시 00분


約: 맺을 약 法: 법 법
三: 석 삼 章: 조목 장

나라를 다스리는 법은 세 조목이면 된다는 의미로, 규정은 간단명료하고 단순할수록 힘을 발휘한다는 의미다. 간단히 ‘법삼장(法三章)’이라고도 한다.

기원전 206년 유방(劉邦)은 진나라 군대를 쳐부수고 패왕(覇王)이 되었다. 유방은 진나라의 수도 함양에 입성하여 궁궐로 들어갔다. 그 궁궐은 호화스럽기 그지없었으며, 재물은 산더미같이 쌓여 있고, 후궁들도 수천 명이었다. 유방은 그곳에 계속 머물고 싶었다. 유방의 이런 마음을 눈치 챈 장수 번쾌(樊쾌)는 궁궐보다는 야영을 하라고 건의하면서 재물과 후궁이야말로 진나라 멸망의 근본원인이라고 말했다. 유방이 난색을 표하자 모사 장량(張良)이 간언했다.

“지금 왕께서 이곳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진나라가 무도했기 때문입니다. 진나라에 들어와서 진나라와 똑같은 즐거움을 즐긴다면 진나라의 전철을 밟는 것입니다.”(사기 고조본기(高祖本紀)

이 말을 들은 그는 함양에서 몇 십리 떨어진 패상(覇上)으로 돌아가 야영했다. 그러고는 각 고을의 대표와 호걸들을 불러 모으고는, 진나라의 가혹한 법에 시달린 백성들을 위로하면서 먼저 가혹한 진나라의 법을 비방했다가 온 집안이 몰살당한 이야기를 예로 들고, 그런 것을 화제로 삼았다는 이유만으로도 또다시 죽음을 당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부로(父老·고을의 어른)들과 상의하여 약속하겠으니, 법은 세 장만 둘 것이니, 살인한 자는 사형에 처하고,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자 및 도적질한 자만 벌하겠습니다(與父老約 法三章耳 殺人者死 傷人及盜抵罪·사기 ‘고조본기’).”

이렇게 말한 그는 그 밖의 모든 진나라의 가혹한 법을 폐기처분한다고 약속했다. 자신이 패상에 진을 치고 있는 이유도 이런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나라 백성들은 유방에게 환호했다. 유방 역시 자신이 원하는 바를 별 문제없이 다 이뤄내고 한 제국의 기틀을 다지게 된다. 단순함이 복잡한 것을 이기는 법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한자#약법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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