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소의 민주주의에서도 시민간 토론-논쟁 허용… 강정인 교수 논문 美학술지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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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2일 03시 00분


강정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논문이 최근 미국의 저명 학술지 ‘인터프리테이션’에 실렸다. 강 교수는 이 논문에서 장 자크 루소에 관한 학계의 다수설을 반박했다. 동아일보DB
강정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논문이 최근 미국의 저명 학술지 ‘인터프리테이션’에 실렸다. 강 교수는 이 논문에서 장 자크 루소에 관한 학계의 다수설을 반박했다. 동아일보DB
직접민주주의자로 알려진 프랑스 정치사상가 장 자크 루소(1712∼1778·사진)는 전체주의 이론가로 지목되기도 한다. ‘사회계약론’의 일부 구절에 따르면 루소가 시민들의 공적인 토론이나 논쟁에 반대했다는 것이 학계의 다수설이었다. 이러한 학계의 주류 의견을 반박하는 논문을 강정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58)가 권위 있는 해외 학술지에 발표했다. 루소의 탄생 300주년을 맞아 세계가 루소에게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거둔 연구 성과다.

강 교수는 최근 나온 미국의 정치철학 학술지 ‘인터프리테이션’ 2012년 봄·여름호에 실린 논문 ‘루소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정치참여에 대한 고찰: 시민의 정치참여에 공적인 토론이나 논쟁이 허용되는가?’에서 루소적 민주주의에서 시민들 상호간에 공적인 토론이나 논쟁이 허용된다는 긍정적 해석을 내렸다. ‘인터프리테이션’은 강 교수의 해석이 근거 있다고 보고 심사절차 없이 논문을 게재했다.

강 교수는 본보와의 전화에서 “공적인 논쟁이나 토론을 허용하지 않는 직접민주주의는 사실상 반신불수에 불과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루소가 분명 토론이나 논쟁을 허용했어야 하고, 그런 해석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절들이 그의 저술에 담겨 있어야 한다는 이론적 확신을 바탕으로 루소의 주요 구절들을 찾아 숨은 그림을 찾고 퍼즐 조각을 맞춰가듯 재해석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국가의 부패 정도와 시민들의 정치참여 양상에 따라 국가 유형을 △이상적 국가(건강한 농민공동체)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국가 △부패가 심각한 상태에 이른 국가 등 3가지로 분류했다. 강 교수는 ‘사회계약론’을 면밀히 분석한 뒤 이 분류에 △준이상적 국가(초기 로마 공화정의 민회)를 추가했다. 그리고 “루소는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국가’와 ‘준이상적 국가’에선 일정한 규제를 받으면서 진행되는 공적인 토론이나 논쟁이 필요하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강 교수는 저명한 루소 연구자인 미국의 로저 매스터스와 프랑스의 베르나르 마냉, 그리고 독일의 위르겐 하버마스의 해석이 틀렸음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강 교수는 루소의 저작들에서 시민들의 공적인 토론이나 논쟁을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구절들도 찾아냈다. 루소는 ‘산에서 쓴 편지’에서 제네바 시민들이 시민의회에서 자유롭게 발언권을 행사했던 과거의 제도를 긍정적으로 서술하면서, 당시 제네바 통치위원회가 치안을 앞세워 규제한 결과 시민들이 “아무것도 제의할 수 없으며, 토론할 수도 없으며, 심의할 수도 없게 됐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 루소는 최후의 정치적 저작인 ‘폴란드 정부에 관한 고찰’에서 “장시간에 걸친 무용한 장광설은 너무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기 때문에 커다란 해악이다. 그러나 선량한 시민들이 무언가 유용한 것을 말하고자 할 때 발언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훨씬 더 커다란 해악이다”라고 썼다.

강 교수는 “루소는 시민들의 공적인 토론이나 논쟁이 남용되는 해악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규제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 권한을 인정하는 동시에 그것이 과도하게 행사되는 것에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루소#민주주의#강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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