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 버티면 문화재 되는데…” 폐간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4일 03시 00분


국내 最古 종합예술전문지 ‘공간’ 자금 끊겨 폐간 위기
1966년 건축가 김수근 창간… 60∼80년대 문화담론 주도

공간 창간호 표지(왼쪽), 공간 500호 표지(오른쪽)
공간 창간호 표지(왼쪽), 공간 500호 표지(오른쪽)
“4년 뒤에는 문화재도 되는데….”

건축가 김수근이 창간한 국내 최고(最古)의 종합예술전문지 ‘공간(SPACE)’이 폐간 위기에 처했다. 한은주 공간사 편집장은 “모기업인 공간건축이 매년 5억 원씩 지급해오던 지원금을 이달 1일부터 끊기로 결정했다”며 “매년 12억∼17억 원의 비용을 공간사 스스로 마련하기 어려워 폐간을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간 공간은 1966년 11월 고 김수근 당시 공간그룹 대표가 건축 미술 무용 연극 음악을 다루는 종합 문화예술지로 창간했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무용가 홍신자 씨와 사물놀이를 처음 소개하며 1960∼80년대 문화계의 담론 형성을 주도했고, 서슬 퍼런 군사 정권 시절이던 1975년에는 국회의사당의 디자인이 군사 정권의 정치적 입김 때문에 졸작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1994년 7월호부터 영문을 병기했으며, 1997년 11월 지금의 영문 제호 ‘SPACE’로 바꿨다. 2008년 1월호부터 국내 잡지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학술정보 제공 기관인 톰슨 로이터의 예술 인문학 인용 색인(A&HCI)에 등재돼 세계적으로도 학술적인 권위를 인정받았다. 공간국제학생건축상, 공간국제학생실내건축상을 제정하고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를 개최하는 등 예술과 건축 문화 발전에 기여해왔다.

창간된 지 46년이 된 공간은 2016년 창간 50년이 넘으면 문화재 등록 신청을 할 계획이었다.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제작된 지 50년 이상이 지난 것으로서 역사 문화 예술 분야에서 기념이 되거나 상징적 가치가 있으면 문화재 등록 신청 대상이 된다.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젊은 시절 2년간 공간 편집부에서 근무했다”며 “건축 전문이면서 예술 분야까지 다루는 품위 있는 잡지인 만큼 누군가 인수해 전통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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