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스마트폰이 암세포 찾고 태블릿으로 초음파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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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4일 03시 00분


◇청진기가 사라진다/에릭 토폴 지음·박재영 이은 박정탁 옮김
520쪽·3만4000원·청년의사

1816년 발명된 청진기는 지난 200년간 의학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2년 넘게 청진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심전도를 찍는 건 물론이고 심장도 볼 수 있는 고해상도 휴대용 초음파 측정기기가 있기 때문. 이 책은 디지털 기술이 바꿔놓을 의학의 미래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 청년의사 제공
1816년 발명된 청진기는 지난 200년간 의학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2년 넘게 청진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심전도를 찍는 건 물론이고 심장도 볼 수 있는 고해상도 휴대용 초음파 측정기기가 있기 때문. 이 책은 디지털 기술이 바꿔놓을 의학의 미래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 청년의사 제공
“작은 돌덩어리가 보입니다. 종양일 수 있으니….”

의사의 이 한마디에 5년 전 처음 조직검사를 받았다. 유방촬영술과 초음파검사 결과 한쪽 가슴에 미세석회가 있었던 것. 얇은 갈고리 모양의 기구로 석회조직 일부를 긁어냈다. 검사 후 3일간 앓아누웠다. 피부를 뚫고 들어가 조직을 떼어내는 것 자체가 몸에 상처를 줬기 때문이다. 값도 비쌌다. 결과는 종양과 상관없는 양성석회였다.

‘청진기가 사라진다’는 도발적인 제목과 ‘디지털 혁명이 바꿔놓을 의학의 미래’라는 친절한 부제를 단 이 책을 읽는 내내 당시 기억이 떠올랐다. 책에 따르면 의학과 디지털이 만나는 미래 사회엔 조직검사 없이도 한 사람의 게놈(genome·DNA로 구성된 유전 정보)만으로도 암 검사와 예방, 치료가 가능하다. 미국의 심장전문의이자 유전학 교수, 웨스트 무선의료 연구소 부회장인 저자는 “디지털 기술로 인한 의학의 창조적 파괴가 지금 시작된다. 우리는 이제 상상 이상의 변화를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의학의 창조적 파괴 첫 단계는 인간의 디지털화다. 책과 신문, 잡지 등을 디지털화하는 것처럼 인간의 정보, 즉 게놈을 밝히고 정리하는 것을 말한다. 심장박동과 혈압의 변화, 호흡횟수와 호흡량, 체온, 뇌파, 혈당 등 한 인간의 생명 정보를 디지털화해 이를 전통적 의료 정보와 통합한다면 모든 인간이 개인 차원에서 완벽하게 규명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휴대용 무선 디지털기기들은 의학의 창조적 파괴를 가속화할 수 있다. 저자는 지난해 열린 ‘m-헬스 서밋’에서 연설 도중 갑자기 셔츠 단추 하나를 풀더니 휴대용 초음파 기기를 자신의 가슴에 갖다댔다. 심장박동을 보여주는 초음파 영상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또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심전도를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그는 반문했다.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는데 왜 (청진기로) 두근거리는 소리만 들어야 하는가.”

현재도 나노바이오센서(혈액을 채취해 실시간으로 질환을 검사하고 예방하는 기술)를 통해 심장마비 방지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건 기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같은 방식으로 암을 초기에 발견하고 당뇨를 예방할 수도, 장기 이식의 적합성 여부도 판단할 수 있다. 즉, 스마트폰으로 암세포를 찾아내거나 곧 닥칠 심근경색을 예측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이 그려 보이는 의학의 미래는 장밋빛이다. 하지만 정보 격차가 인간의 생사와 직결되고 개인의 게놈 정보를 해킹해 악용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오히려 괴롭고 무서운 디지털 디스토피아가 아닐까.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책의 향기#과학#의학#청진기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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