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아저씨 뚜띠가 자전거를 타고 달려간다. 파란 물방울 100개가 담긴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서. 가뭄이 들어 멀리 물을 길으러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멀고 험하다. 뙤약볕에 물방울 몇 개가 사라졌다.
덜컹거리는 길을 건너면서 몇 방울이 물동이 밖으로 튀어나갔다. 목말라 하는 개미떼를 지나칠 수 없어 소중한 물을 나눠줬다. 집 앞에 왔지만 물방울이 한 개도 남지 않았다. 이를 어쩌나. 집에선 목마른 아이들이 기다리는데….
올해 초 열린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저자의 세 번째 작품이다. 처음과 마지막을 제외하곤 글이 거의 없다. 언뜻 보면 그림이 단순한데 자세히 보니 뚜띠와 자전거를 제외한 모든 사물이 픽셀(pixel)로 이뤄져 있다. 작은 점, 짧은 선, 속이 빈 네모, 놀란 표정의 얼굴, 해골 등 모양새도 다양하다. 어수룩한 뚜띠의 모습과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 웃음이 피식 나온다.
단 한 개의 물방울도 남기지 못한 뚜띠는 어떻게 됐을까. 뚜띠는 눈물이 핑 돌았다. 갑자기 하늘에선 비가 내렸고 물동이엔 다시 파란 물방울 100개가 채워졌다. 아이들은 아빠가 당당하게 건넨 물동이에서 행복하게 물을 마셨다.
뚜띠의 험난한 귀갓길은 가족을 위해 고생하는 모든 아버지의 모습이다.
작가는 “가끔 겁이 많아 멋지지 않고, 가끔 느려 답답하고, 가끔 눈치 없어 짜증났던 우리 아빠가 말해주지 않았던 아빠의 하루를 그리며 슬며시 웃을 수 있었다. 오늘은 아빠의 옥상 텃밭에 같이 올라가야겠다”고 밝혔다. 이번 주말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을 찾아뵙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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