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 인근.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35·사진)의 매니저 황규완 실장이 운영하는 마포구 구수동 실내포장마차 ‘기똥차’가 16일 밤 간판을 바꿔달았다. ‘싸이6甲(싸이육갑)’으로. 18일 발매된 싸이의 6집 앨범 제목과 같은 이름이다. 오후 8시가 되자 싸이가 소주잔과 고추장찌개를 사이에 두고 기자들과 마주했다. ‘야설’과 정색을 겸비한 그의 입담은 걸쭉하고 셌다.
5집 ‘싸이파이브’ 이후 1년 9개월 만에 정규 앨범을 낸 그는 특유의 짧게 세운 머리와 통통한 몸집 때문에 행인들 눈에 쉽게 띄었고 이따금 행인의 요청에 따라 사인을 해주기 바빴다. 15일 온라인에 먼저 공개한 ‘6집 파트 1’의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은 주요 음원 차트 정상을 휩쓸었다. 9월엔 일본에 진출한다.
―신곡으로 온라인 차트를 석권했다. 아이돌도 제쳤다. 비결이 뭔가.
“내 또래 직딩(젊은 직장인)의 힘인 것 같다. 가요계 밸런스가 너무 무너져 있다. 의미 있는 현상이다.”
―지드래곤(빅뱅) 리쌍 박정현 윤도현 성시경 등 참여 뮤지션이 어느 때보다 화려한데….
“가요에서 멀어진 20∼40대의 관심을 돌리고 싶었다. 원래는 아예 전곡(全曲) 피처링 음반을 기획했다. (피처링이 필요 없는) ‘강남스타일’이 나와 ‘전곡 피처링’ 공식이 깨졌다.”
싸이는 토이의 노래를 삽입한 ‘뜨거운 안녕’을 제외한 전곡을 작곡가 유건형과 함께 만들었다. 타이틀 곡 ‘강남스타일’은 ‘오, 오, 오, 오, 오빤 강남스타일∼’의 반복구를 탑재한 클럽 지향적 댄스곡. 기마 자세로 양손 모아 방정맞게 흔드는 ‘말춤’도 화제다.
―요즘 UV, 용감한녀석들, 형돈이와대준이 등 개그맨 가수들이 인기다. 2001년 데뷔 때만 해도 싸이 같은 가수는 싸이밖에 없었는데, 영역을 침범당한 느낌인가.
“상품은 어떤 지점에서든 소비만 되면 된다. (UV의) 유세윤도, (정)형돈이도 감각 있다. 웃음은 시대가 원하는 바다. ‘멋진 것’은 보는 사람 기분이 좋아야 멋져 보이지만 ‘웃긴 것’은 안 좋을 때 봐도 웃기잖나.”
―그래도 (그들과) 캐릭터가 겹치니 고민은 했겠다.
“본때를 보여주자는 마음이었다. 뮤직비디오도, 무대 퍼포먼스도 더 세게 갔다. 모두가 알아주는 것보다 선수들한테 인정받는 게 좋다.”
―대한해협을 건넌다면서….
“9월 말에 일본에서 6집 신곡과 기존 히트곡을 섞은 미니앨범을 낼 거다. 아주 잘되거나 × 될 것 같다. 아마도 일본 격투기 팬들이 날 좋아해줄 것 같다.”
오후 10시. ‘가게가 너무 시끄럽다’는 주민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기똥차’에 들어왔다. “노래방에서 내 노래 불러본 적 있지 않느냐”며 싸이가 경찰에게 넉살을 떨었다. 11시. 기자의 수첩이 가방 속으로 들어가자 ‘19금’ 이야기가 시작됐다. 다 전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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