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사춘기가 훨씬 길어졌어요. 지금의 10대에게 부모 세대의 10대를 기대하면 안 되는 이유죠.”
김영화 서울 강동소아정신과 원장(사진)이 ‘사춘기 엄마가 모르는 아이의 비밀’(경향에듀)을 펴냈다. 끊임없이 자라는 청소년기의 뇌를 연구해 10대의 행동을 분석한 ‘10대 뇌 사용 설명서’다. 김 원장은 ‘내 아이 마음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사춘기 뇌가 위험하다’ ‘학교폭력, 청소년 문제와 정신 건강’ 등 10대 자녀 교육서를 여럿 출간했다.
그는 “과거에는 12∼18세를 사춘기로 생각했지만 요즘은 25세쯤 돼야 사춘기가 끝난다”고 설명했다. 뇌 과학자들이 1990년대 이후부터 청소년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찍어왔는데 21세기 들어 청소년기의 뇌 변화가 25세가 돼서야 멈추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예전보다 청소년기가 길어진 원인에 대해서 김 원장은 “교육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라며 “사회에 나가 경제활동을 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과거에 비해 뇌 성장속도는 느리지만 영양상태가 좋아지면서 신체 나이는 앞서기 때문에 10대들이 겪는 혼란은 배가된다. 청소년들이 쉽게 흥분하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10대 범죄는 예전보다 범죄에 많이 노출돼 있는 환경적인 변화와 청소년기 신체적 변화의 합작품이에요. 원래 혼란의 시기인데 요즘 아이들은 더 길게 겪고 지나간다는 게 문제이지요.”
책은 불안정한 10대의 뇌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10대 자살과 관련해 특히 주목할 만한 내용이 눈에 띈다. 자살을 결심한 아이들은 50번 정도 이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주위에 보낸다. 이를 ‘도움요청(cry for help)’이라고 한다. 김 원장은 “자살하려는 아이들은 반드시 주변에 미리 죽음을 예고한다. 친구들은 다 아는데 부모만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안타까워했다.
어떻게 하면 10대 자녀를 비뚤어지지 않게 키울 수 있을까. 김 원장은 “자녀들의 말을 끊지 말고, 비판하지도 말고 묵묵히 진지하게 들어주라”며 “절대 친구들하고 비교하지 말고 대화의 주어를 ‘너’가 아닌 ‘나(부모)’로 맞춰보라”고 조언했다.
요즘 들어 자녀의 유사 자폐 증상으로 병원을 찾아오는 엄마가 부쩍 늘었다. 엄마가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를 겪게 될 경우 자녀의 정서적인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자녀가 자폐증을 앓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 원장은 다음 저서에서 이 문제를 다룰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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