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덕진구 안디옥교회는 ‘깡통 교회’로 불린다. 1983년 이동휘 목사가 미군이 쓰던 비행기 격납고를 구해 교회를 열었다. 여기에 둥근 양철지붕을 덮어 예배당은 깡통모양이 됐다. 예배당은 여름에는 ‘사우나’, 겨울에는 ‘시베리아’가 됐지만 교인들은 불평이 없다. 이동휘 목사의 뒤를 이은 박진구 담임목사는 “불편하게 살자”며 건축비를 아껴 이웃을 돕고 있다. 매년 교회 예산 중 많게는 70% 이상이 선교와 사회구제활동에 쓰인다. 초호화 건물을 뽐내는 교회들보다 마음은 더 부자다.
‘종합병원’인 교회도 있다. 1981년 문을 연 경기 고양시 덕양구 의선교회의 원래 이름은 ‘의료선교교회’였다. 기독교인 의사 28명이 “의술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자”는 취지로 세웠다. 교회는 매월 셋째 주 일요일 내과, 치과. 정형외과 등 무료 진료에 나선다. 하루 평균 지역주민 150여 명이 교회의 온기를 느끼고 간다. 몽골, 방글라데시 등 해외와 지방 의료봉사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이웃 사랑을 위해 종교 간 울타리를 뛰어넘은 교회도 있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덕수교회는 매년 인근 길상사, 천주교 성북동성당과 연합 바자를 연다. 2008년 시작한 바자 수익금으로 매년 학생 15명에게 장학금을 준다. 손인웅 담임목사는 “사랑과 나눔이야말로 성경의 핵심”이라며 “사랑에 실패하면 교회 간판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본디 교회의 목적은 건전한 신앙공동체였다. 여기에 이웃 사랑과 나눔이 교회의 전통으로 더해졌다. 풍요 속에서도 빈곤한 이들이 늘고 있는 이 시대는 교회가 가난하고 배고픈 이들이 한 끼를 채울 수 있는 안식처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한 목회자는 “교회는 퍼 주다 망해도 성공”이라고 말한다.
한밤 도심에 십자가가 너무 많아 전원 끄기 운동을 벌일 만큼 교회가 흔하다. 하지만 교회의 대형화와 빈익빈부익부에 세상의 시선이 따갑다. 이런 가운데서도 사랑을 실천하는 많은 불빛이 있다. 본보가 2011년 7월부터 8개월간 서울에서 낙도까지 실핏줄처럼 사회에 온기를 불어 넣고 있는 교회를 소개한 시리즈를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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