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서 다섯 살까지는 엄마와 ‘연애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 엄마와 아이의 치열한 밀고 당기기가 일어난다.
프리랜서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갑상샘암이 재발해 수술을 받고 서른일곱에 두 번째 인공수정으로 딸 윤서를 낳았다. 그럼에도 그는 이 연애에서 이기적이었다고 고백한다.
저자의 육아 이야기를 담은 이 에세이집은 아이보다는 엄마의 심경과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출산과 육아를 다룬 지금까지의 책들과는 다르다. 한마디로 그의 주장은 ‘엄마’ 이전에 ‘여자’, 여자 이전에 행복한 ‘인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쉽지 않은 임신과 육체적 고통을 겪은 터라 그가 육아에 퍽 애틋했을 법하지만 아니었다. 아이 낳는 게 아플까 봐 제왕절개를 했고, 모유 수유는 6개월만 했다. 육아 에세이를 쓰기 위해 육아에 집중하지 못했고, 잠꼬대하는 아이를 사정없이 밀쳐냈다. 아이가 걷기 시작한 15개월 무렵에는 어린이집에 보냈다. 글을 집중해 제대로 쓰기 위해서였다.
그 역시 죄의식을 느꼈다. 이기심과 죄의식의 갈등이었다. 하지만 곧 “왜 엄마는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일하면 안 되는가”란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자신과 아이의 관계를 있는 그대로 ‘취약한 아이와 서툴고 부족한 엄마의 조합’으로 설명한다. 그래서 어깨에 힘을 빼고 아이와 같은 속도로 걸어가려고 노력했다는 것. 어린 딸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과 엄마의 관계도 되돌아본다.
이 책은 엄마들에게 과도하게 부여된 죄의식을 거부한다. 미혼 여성들에겐 육아에 대한 용기를 주고 엄마들에겐 ‘이런 엄마라도 괜찮다’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엄마가 할 일은 아이가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게 도와주는 것이다. 이 역할만 제대로 한다면 세상 모든 엄마는 당당해도 된다. 저자의 말처럼, 누가 뭐라든지 모든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엄마는 바로 자신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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