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식물을 기를 때 가장 어려운 것으로 물 주기와 병충해 방제를 꼽는다. 그런데 수생식물을 기를 때는 물 주기에 크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수반이나 연못에 물을 채워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비가 많고 기온이 높은 여름철엔 수생식물이 잘 자란다. 요즘엔 여름철 실내외 정원에 시원한 물과 함께 수생식물을 배치하는 사례가 많다.
○ 수련과 연꽃의 차이는?
수생식물은 자연 상태에서 물이 많은 환경에 잘 적응해 자라는 식물을 말한다. 수생식물 중 관상용으로 쓰이는 것들은 생육 습성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눠진다.
첫 번째는 주로 습지 또는 물가에서 잘 자라는 식물들이다. 부처꽃과 동의나물이 대표적이다. 꽃창포 같은 식물은 얕은 물속에서도 잘 큰다.
두 번째는 뿌리는 물속에 있고 잎이 수면이나 그 위로 나와 있는 수련과 연꽃 같은 식물들이다. 수련과 연꽃은 자라는 모양새나 꽃의 생김새가 비슷해 많이 사람들이 혼동하곤 한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잎과 꽃에서 큰 차이가 있다. 수련 잎은 수면에 딱 붙어 있고, 연잎은 물 밖으로 나와 있다. 꽃의 차이는 좀 더 알아보기 쉽다. 연꽃에는 전원 플러그나 돼지코처럼 생긴 암술대가 꽃의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마지막으로 부레옥잠과 물상추처럼 수면에 떠서 사는 부유성 수생식물이 있다. 이들은 말 그대로 물 위를 둥둥 떠다니면서 산다. 부레옥잠은 여름철에 예쁜 연보랏빛 꽃을 피운다. 최근에는 그 뿌리가 물속에 있는 중금속 등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이 밝혀져 수질 정화에 이용하기도 한다.
○ 여름철에 기르기 좋아
식물의 잎처럼 뿌리도 호흡을 한다. 식물의 뿌리는 산소를 이용해 양분 흡수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보통 식물의 뿌리는 물에 잠겨 있으면 호흡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화분에는 물 빠짐 구멍이 있다. 물이 빠지지 않는 토양에 심은 식물들은 장마철에 뿌리가 썩어 죽고 만다. 산소가 없어 뿌리가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생식물의 뿌리는 왜 물속에서도 썩지 않는 것일까. 이들의 줄기와 잎자루에는 발달된 통기조직(通氣組織·Aerenchyma)이 있다. 이 조직은 잎에서 흡수한 공기를 물속에 잠긴 뿌리에 전달해 준다. 이것이 바로 수생식물 뿌리가 썩지 않는 비밀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실내에서 수경재배(물가꾸기)로 식물을 기르는 색다른 방법을 소개한다. 싱고니움이나 아글라오네마 같은 천남성과 관엽식물(실내 잎보기식물)은 화분에서 기르는 것보다 줄기를 물속에 담가 기를 때 더 잘 자라는 경우가 있다. 이들 식물의 뿌리를 투명한 용기에 넣고(식물체는 구리철사나 색구슬로 고정) 물가꾸기를 하면 독특한 볼거리가 된다. 물 주는 주기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줄어든 만큼 물을 보충해 주기만 하면 되니 무척 편하다. 간혹 관엽식물이 물만으로 살 수 있는지를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수돗물이나 지하수에도 식물에 필요한 양분이 어느 정도는 들어 있다. 식물의 생장에는 큰 문제가 없다.
여하튼 습하고 더운 이 여름철은 수생식물 기르기에 안성맞춤이다. 수생식물의 색다른 매력은 계절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또 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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