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아직도 신입사원을 공채로 뽑는다. 하지만 중소기업과 외국계 기업은 사람을 소개받아 채용하는 비중이 높다. 경력사원의 경우엔 대기업도 인맥을 통해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기회를 잡으려면, 나를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그렇다면 인맥 측면에서의 나의 경쟁력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 주변 사람들은 당신을 추천할 것인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3년부터 5년간의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를 봅시다. 취업자의 61.5%가 인맥을 활용했다고 합니다. ‘직접 직장을 찾아가서’는 18.5%, 공개 채용은 13.3%, 스카우트는 4.3%에 불과했습니다. 인맥을 통한 취업은 신규 채용(40%)보다 경력자 채용(60%)에서, 대기업(47%)보다는 중소기업(70%)에서 더 많았습니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기업들이 소개나 추천을 통해 직원을 뽑는 것이 불공평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회사 입장은 다릅니다. 공개 채용을 하려면 공고, 서류심사, 면접 등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 특히 채용 규모가 작을 때는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서 인재를 추천받아 선택하는 게 더 간편하고 효율적입니다.
이런 경향이 심화될수록 내실 있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이 커집니다. ‘나를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줄 만큼 깊이 신뢰하는 관계’를 많이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내 주위에 그런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기업의 마케팅과 고객관리에서 쓰이는 ‘순고객추천지수(NPS·Net Promoter Score)’란 개념이 유용할 것입니다. 국내에선 ‘입소문 고객지수’라고도 합니다. NPS의 핵심은 ‘추천’입니다. NPS는 고객에게 ‘당신은 이 제품(또는 서비스)을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겠습니까?’라고 물은 후 추천고객 비율에서 비추천고객 비율을 뺀 수치입니다(개념설명 참조).
NPS는 세계적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의 프레드 라이켈트가 고안해 냈습니다. 그는 “고객과 직원들의 추천 없이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베인앤컴퍼니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객 충성도가 높은 기업은 업계 평균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2.5배 빠른 성장을 실현한다고 합니다.
○ 당신은 세상을 얼마나 제대로 살았나
자, 이제 당신 주변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세요(직접 물어보기가 좀 어려우니까요). 그들은 좋은 자리에 당신을 기꺼이 추천해 줄까요? 여기서 당신이 지금까지 세상을 얼마나 ‘제대로’ 살아왔는지가 드러납니다. 만약 당신을 적극 추천해줄 사람(9∼10점)이 20%, 중립적인 사람(7∼8점)이 40%, 추천하지 않을 사람(0∼6점)이 40%라면 당신의 NPS는 ―20이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우선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을 먼저 하십시오.
다만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당신에 대한 주위의 평가가 완벽하게 긍정적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고 해도 세상의 누군가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현실적인 방법은 나를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지인의 비율을 최대한 높이고, 나에게 시큰둥하거나 적대적인 사람의 비율을 낮추는 것입니다.
라이켈트는 “신생 기업일수록 NPS가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습니다. 시작 단계의 기업은 큰돈을 들여 대규모 마케팅 활동을 할 여력이 없습니다. 그 대신 고객의 마음을 얻어 그들이 스스로 입소문을 내도록 해야 합니다. 살아온 기간이 짧아 ‘스펙’이나 업적이 약할 수밖에 없는 청춘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나이가 들어 지위가 올라갈수록 인맥의 중요성은 더 커집니다. 지인 한 사람이 당신 인생에 절호의 기회를 가져다줄 수도, 앗아갈 수도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하세요. 당장의 이익만 챙기며 이기적으로만 살면 언젠가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박병호와 강문영은 KAIST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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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고객추천지수(NPS·NetPromoterScore)는 프레드 라이켈트가 2003년 12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소개한 고객 충성도 측정 기법이다. 고객 만족도와 같은 기존의 측청치가 실제 고객의 행동과 불일치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됐다. ‘이 제품을 추천하겠습니까’라는 단순하고 간접적인 물음은 ‘품질이 만족스럽습니까’와 같은 질문보다 고객의 솔직한 답변을 쉽게 이끌어낸디.
NPS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제품(또는 서비스)를 친구나 동료에게 추천하겠습니까?”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응답자가 추천하고 싶을 정도를 0~10점 중 하나의 점수로 이야기하게 한다. NPS는 화살표 왼쪽의 고객 유형 중 ‘추천고객’ 비율에서 ‘비추천 고객’ 비율을 뺀 값이다.
NPS는 대기업 제품에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다. 생활 속의 여러 분야에 적용해 볼 수 있다. 가수나 연예인의 NPS를 측정하면 그들이 연예계에서 얼마나 지속가능할지를 판단할 수 있다. 시험삼아 주변 사람들에게 ‘소녀시대의 음악을 주위의 친구·동료에게 추천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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