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렉터-그놈의 초대 ★★★☆ 폐쇄 공간서 펼쳐지는 끈적한 연기
달빛 속의 프랭키와 자니 ★★★☆ 하층 남녀 지리멸렬한 사랑 공방
무더운 여름밤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연극 기획 공연이 있다. 지난해 2인극 페스티벌에서 남우주연상과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두 편의 연극을 한 편 가격에 동시 상연 중이다. 국내에서 ‘미란다’라는 제목으로 더 유명한 영국 극작가 존 파울스 원작 소설을 뒤튼 ‘콜렉터-그놈의 초대’(유현서 각색, 장용휘 연출)와 미셸 파이퍼와 알 파치노 주연으로 영화화된 미국 극작가 테런스 맥널리 원작에 충실한 ‘달빛 속의 프랭키와 자니’(장경욱 각색·연출)다.
1963년 작인 콜렉터는 나비를 수집하는 젊은 시청공무원이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뒤 남몰래 흠모하던 미모의 여대생 미란다를 납치해 자신을 사랑하도록 회유하다 실패하자 다른 사냥감을 찾아 나선다는 스릴러다. 국내에서 선정성 논란을 빚었던 연극 ‘미란다’의 원작이다.
이번에 한국을 무대로 각색한 콜렉터는 아내와 자식이 있는 모범택시 운전사로 위장한 연쇄살인마 종수(심완준)가 유명 정신과 전문의 지숙(김은아)을 납치한 뒤 펼쳐지는 팽팽한 심리전에 초점을 맞췄다. 어린 시절 심리적 외상(트라우마)을 간직한 종수는 여성 심리치료사만 골라서 납치해 그들과 사이코드라마를 펼치며 카타르시스를 느낀 뒤 그들을 살해해 왔다. 연극은 전반부에서 예측 불가능한 종수의 캐릭터를 통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을 안겨 준다. 후반부에선 연약하게만 보이던 지숙의 감춰 왔던 어린 시절 상흔이 밝혀지며 원작과 전혀 다른 반전이 펼쳐진다.
원작의 내용을 아는 관객에겐 깜짝 반전일 수 있지만 평소 스릴러를 즐기는 관객에겐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연극의 진짜 묘미는 그런 반전보다는 1시간이란 짧은 동안에 폐쇄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남녀 배우의 점액질 가득한 연기다.
‘달빛 속의 프랭키와 자니’는 게리 마셜 감독의 낭만적 영화(1991년)가 아니라 테런스 맥널리의 원작 희곡(1982년)에 충실하다. 이혼남에 전과자인 삼류 요리사 자니(전지석)와 그가 주방장으로 일하는 식당에서 7년째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노처녀 프랭키(신서진)의 지리멸렬한 하룻밤 사랑을 다뤘다.
둘시네아를 찬미하는 돈키호테 뺨칠 만큼 몹쓸 낭만주의에 물든 배불뚝이 중년 사내 자니는 하룻밤 사랑을 영원에 못 박으려 안간힘을 쓴다. 반면 하룻밤 외로움을 달래려다 옛 사랑의 상처만 덧난 프랭키는 그런 자니를 자신의 침대에서 내쫓으려 지루한 말씨름을 펼친다.
콜렉터에 비해 40분이나 더 긴 공연시간을 남녀 배우 둘만의 힘으로 끌고 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치밀한 동선과 능란한 화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아쉬움이 남는다. 공연 중반 이후 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한숨과 탄성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연극이 끝나고 나면 사랑마저도 유효기간으로 관리되는 인스턴트 시대에 영원의 동아줄을 내려 주실 달님의 전설만큼은 여전히 포기하고 싶지 않은 우리 자신과 대면하게 해 준다.
: : i : :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 2만∼3만 원. 02-533-6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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